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9분의 1 정도인 1조원가량은 주식형이나 혼합형 등 펀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채권혼합형 퇴직연금펀드 10개 중 8개는 일반 채권혼합형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11일 펀드평가업체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채권혼합)'은 연초 이후 24.09%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는 국내 채권혼합형펀드 평균(13.78%)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수익률이다.

채권혼합형인 'NH-CA퇴직연금중소형주'를 비롯해 'KTB퇴직연금40' '신영퇴직연금가치채권' 등도 20% 이상의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전체 67개 채권혼합형 퇴직연금펀드 중 80%에 해당하는 67개가 일반 채권혼합형 평균 수익률보다 높다. 향후 펀드시장의 한 축을 담당할 퇴직연금 시장에서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믿음을 쌓아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주식형이나 채권형은 올 들어선 큰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퇴직연금펀드 8개 중 4개만 일반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보다 낫고 채권형도 15개 중 절반을 겨우 넘는 8개만 앞선다.

올 들어 주식형에서는 한국투신운용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퇴직연금성장'은 연초 이후 59.17% 수익률로 일반 주식형펀드 평균(42.69%)보다 17%포인트 정도 우수하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박현준 주식운용3팀장은 "올 들어 IT(정보기술) 자동차 은행업종 등에 속한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대표 우량주 비중을 높인 게 주효했다"며 "중소형주는 상반기에 크게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차익을 실현하면서 시장 흐름을 잘 따라갔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승자 프리미엄'이 부각된 가운데 업종대표주를 중심으로 투자한 'PCA퇴직연금업종일등A-1'도 50% 이상 수익을 내고 있으며 'KB퇴직연금'(49.57%) '삼성퇴직연금액티브'(46.97%) 등도 좋은 운용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퇴직플랜G'를 비롯해 '미래에셋퇴직플랜' '삼성퇴직연금인덱스' '우리퇴직연금DB' 등은 평균에 조금 못 미친다.

다행스런 것은 기간을 길게 보면 주식형 퇴직연금펀드도 평균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이다. 2년된 8개 펀드 중 6개가 평균(-19.13%)보다 양호하며 3년 이상 운용된 펀드 7개 중에서도 5개가 평균(28.24%)을 웃돈다.

채권형에서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탁월한 편이다. '신한BNPP퇴직연금2'는 15개 중 유일하게 연초 이후 수익률이 4%를 넘었으며,2위도 3.83% 수익을 올린'신한BNPP퇴직연금1'이다. 이어 한국투신운용의 3개 채권형펀드가 나란히 3.69~3.80% 수익률로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대신퇴직연금'은 1.57%로 부진하고 '삼성퇴직연금인덱스24M' '미래에셋퇴직플랜' 'ING연금우량채' 등도 2%대 초반에 머물렀다.

퇴직연금 중 유일하게 절대수익추구형 펀드를 내놓은 NH-CA자산운용은 연초 이후 8.87% 수익률로 같은 유형 평균보다 3%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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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풀이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

근로자가 퇴직할 때 지급받을 퇴직급여가 미리 확정돼 있는 제도다. 사용자(회사)는 예상 퇴직급여액의 60% 이상을 외부 금융기관에 정기적으로 적립해서 운용한다. 만약 퇴직급여를 지급할 때 수익률 부진으로 부족분이 발생하면 사용자가 책임지고 메워야 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현행 퇴직금 제도와 유사하다.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

사용자가 매년 일정액을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하면,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외부 금융기관이 이를 운용한다. 근로자가 받는 퇴직급여액은 운용 성과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적립식 펀드'와 유사하다. 보통 회사 측에서 증권사 등 퇴직연금 운용관리기관으로부터 다양한 상품을 추천받아 근로자들에게 제시하면 근로자들은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운용한다.

◆개인퇴직계좌(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개인형 IRA와 기업형 IRA 두 가지가 있다. 개인형은 정년퇴직 이전에 직장을 옮기는 근로자들을 위한 퇴직연금이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받은 퇴직급여를 외부 금융기관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은 뒤 운용한다. 기업형은 근로자 10인 미만 기업이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얻어 설정할 수 있다. 연금규약 작성을 면제하고,가입자 교육을 금융기관이 대행함으로써 기업의 운영 부담을 최소화한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