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펀드 등 간접시장에서 자금을 빼 직접시장으로 옮겨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직접투자도 외면하면서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의 거래규모가 급감하고 이들의 자금 일부는 아예 시장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자금 흐름은 '투자에서 저축으로', '주식에서 채권으로'의 트렌드여서 쉽게 바뀌기 어렵다"며 "이런 추세는 주식형 펀드의 비중이 너무 순식간에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지금은 주식형펀드의 비중이 서서히 줄어드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이런 직ㆍ간접 투자자금 감소 부분을 외국인의 순매수가 메워줬지만, 내년에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워 주식시장 수급 전망이 녹록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 개인 직접시장서 떠난다…거래 금융위기 때보다 줄어
8일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월별 하루평균 거래대금을 조사한 결과 이달들어 6일까지 3조8천3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1월과 2월 5조4천945억원과 5조2천574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다.

개인들의 거래대금은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4월에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9월까지 8조원대를 유지했으나 지난달 5조8천900억원으로 내려앉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줄었다.

월별 누적거래대금 기준 개인 거래비중도 11월들어 51.71%까지 떨어졌다.

지난 1분기 60%대를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급격하게 낮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들의 고객예탁금도 급감했다.

지난 5일 12조1천322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연중 최고인 지난 4월15일의 16조472억원에 비해 4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거의 3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특히 실질적 주식매수 자금의 유출입을 보여주는 실질고객예탁금(고객예탁금+개인순매수액-미수금-신용잔고)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투자증권의 조사결과 4일 현재 실질고객예탁금은 9조9천200억원으로 10월초에 비해 1조2천130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돼 그만큼 자금이 주식시장을 이탈한 것으로 추정됐다.

◇ 펀드자금 엑서더스(탈출) 지속…올들어 계좌 137만개 줄어
펀드를 통해 주식시장에 투자해온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은 올해 내내 지속되고 있다.

금투협 집계결과, 올해 들어 9월말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모두 6조5천641억원이 빠져나갔다.

월별 기준으로 지난 3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유입보다 유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자금유출이 추세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들어 9월말까지 국내 주식형펀드 계좌수가 무려 136만9천647개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계좌를 해지하는 것은 단순히 투자를 하지 않는 것에 비해 시장을 떠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중자금 다시 단기부동화…은행 단기상품에 몰려
이처럼 주식시장을 빠져나온 자금들은 상당부분 은행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저축성예금은 9월 중 11조3천542억원, 10월 중 9조7천48억원이 늘어났으며 개인이 주로 맡기는 금전신탁도 9월에 4천72억원, 10월에 3조3천382억원이 증가했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센터장은 "경기가 불투명한 흐름을 보이고 시장 에너지가 약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선호 현상이 다시 나타나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며 "증시가 오름세로 돌아서면 개인들의 자금도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곽세연 기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