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제야 놀자' 코너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진 정복기 PB(프라이빗뱅커 · 44)가 최근 삼성증권에서 한국씨티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씨티은행에서 100억원 이상 자산가만을 상대하는 PB사업그룹의 본부장을 맡았다.

정 본부장이 강조하는 투자의 핵심은 '인내심'이다. 정 본부장은 "100억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주식 등을 무리하게 샀다가 반토막이 나면 이걸 회복하는 데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하지만 매년 10억원씩 안전 자산에 투자해 복리 이자를 받을 경우 7년 정도면 원금의 두 배인 200억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번에 일확천금을 노리기보다는 조금씩 수익을 쌓아나가는 것이 돈을 모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란 얘기다.

정 본부장은 최근 조정을 받고 있는 주식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투자를 하려면 길게 내다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개인적으로 향후 최소 3년간은 국내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그에 따라 국내 기업의 가치도 같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주가도 오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펀드와 주식은 확실히 구분해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가끔 상담을 하다보면 지금 펀드에 들어갈 시기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펀드는 2~3년 기다려야 수익이 나올 수 있는 상품인데 국내 일반 투자자들에게 펀드가 알려진 게 3년반 정도밖에 안 되어서인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해당 펀드가 투자하는 지역이나 업종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짧은 시간에 수익을 내길 원하는 사람은 펀드보다는 주식에 직접 투자할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적절한 투자 타이밍이 언제냐는 질문에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호전 시기,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잘 살피라"고 조언했다. 정 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화재'를 미국이 일으켰기 때문에 미국에서 먼저 불씨가 꺼져야 전 세계적인 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이제 '세계의 공장'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시장'이 됐다"며 "중국 시장이 상반기에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다 6월부터 조정을 받고 있는데 중국 내수가 살아나야 우리 경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국내의 몇몇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발표하고 있으나 실적개선을 이룬 기업들의 수가 더 늘어야 한다"며 "실적이 좋아진 기업들이 많아질 때가 보수적인 투자자들도 시장에 들어갈 타이밍"이라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고객들에게 지금은 보수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트폴리오 작성 시 유동성을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만기가 짧은 상품에 돈을 넣어뒀다 투자 적기 시 이를 빼 쓰도록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투자의 철칙은 '시장을 떠나지 말라'는 것.그는 "당장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옆에서 꾸준히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변동 상황이라든지 주식 시장의 움직임 등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어야 언제가 투자 적기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TV에 출연하며 유명해진 것이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는 "인지도가 높아져 많은 분이 컨설팅을 받길 원하게 됐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며 "하지만 PB는 다수가 아니라 소수의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데 여러 곳에서 문의가 오다보니 본분에 충실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고 털어놨다.

정 본부장은 20여년간 PB업무를 담당한 'PB업계의 산 증인'이다. 1990년 씨티은행에 입행해 12년간 PB로 근무하다 2002년 삼성증권으로 이직했다. 7년여 만에 다시 친정으로 돌아온 그는 앞으로 씨티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차별화된 정보를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본부장은 "차이나펀드에 국내 자금이 27조원이 들어갈 정도로 최근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경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며 "글로벌 은행인 씨티가 갖고 있는 해외 투자 정보를 바탕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