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형펀드 환매가 39일째 이어지면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했다. 연말 해외 펀드 비과세 종료를 앞두고 해지가 늘고 있는 데다 신규 가입도 주춤해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환매 자금의 일부는 국내 주식형펀드로 옮겨가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해외 주식형펀드에선 전날 279억원이 빠져나가며 9월9일 이후 39일째 자금 이탈 행진이 이어졌다. 이 기간 들어온 자금을 뺀 순유출 자금은 1조53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순유출 규모는 해외 주식형펀드의 전체 순자산 규모(42조원)에 비하면 크진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탈 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해외 펀드는 지난 7월 1795억원의 순유출로 전환한 이후 △8월 3050억원 △9월 4195억원 △10월 5624억원 등으로 유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선 2~4일 사흘 동안에 벌써 1321억원이나 빠져나갔다.

오성진 현대증권 자산관리컨설팅센터장은 "연말 해외 펀드 비과세 종료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고 있는 반면,새로 유입되는 자금은 많지 않아 순유출 규모가 점차 늘고 있다"며 "금융소득이 연 4000만원 이상인 거액 투자자는 내년부터 해외 펀드에서 100만원 수익이 나면 38만50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 자금이 많이 빠진 펀드는 홍콩증시에 투자하는 중국펀드(-4500억원)를 비롯해 브릭스펀드(-2700억원) 친디아펀드(-1200억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중국 본토펀드로는 1500억원가량 순유입됐고 러시아펀드에도 400억원 이상 들어왔다. 투자자들이 홍콩증시보다는 중국 상하이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빠진 자금이 국내 주식형펀드로 일부 유입되고 있는 점은 그나마 국내 증시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 3년 이상 가입할 경우 소득공제와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최근 증시가 조정을 보이자 국내 주식형펀드 가입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 9월 2조3906억원을 기록했던 국내 주식형펀드의 순유출 규모도 지난달엔 939억원에 그쳤다. 이달들어 국내 주식형펀드로 26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새로 들어온 덕분에 358억원이 순유입됐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