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허약한 체력을 드러내며 갈피를 못잡고 있다.

거래가 수반되지 않는 반등은 지속되기도 어렵다.

지난 4일 30포인트 넘게 급등한 코스피지수가 5일 상승 폭을 거의 반납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들어 거래량과 거래대금을 들여다보면 국내 증시의 체력이 얼마나 약화돼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전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량은 2억6000만주, 거래대금은 3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최근 월평균 수준에 크게 못미쳤다.

월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7월에는 4억6000만주, 5조6000억원이었고 8월에는 5억1000만주, 6조80000억원, 9월에는 4억8000만주, 7조5000억원, 10월에는 3억7000만주, 5조6000억원이었다.

지난해 10월 말 코스피지수 900선이 붕괴될 당시에는 일평균 7억주 이상의 거래가 수반되며 바닥을 형성했고, 지난 2월 말 코스피지수 1000선을 시험할 당시에는 평균 5억주 정도의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며 바닥을 다졌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코스피지수가 30포인트 이상 상승했지만 거래가 크게 부진했다는 것은 아직 시장참여자들의 불안심리가 가라앉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렇게 허약해진 증시 체력을 보강할 보약은 과연 무엇일까?

증시 전문가들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빛을 발했던 각국 정부의 정책효과가 서서히 떨어지면서 그 자리를 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타진하는 국면이라는 얘기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내년 1분기에 들어서면 미국의 실업률과 저축률이 고점을 찍으면서 소비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
을 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신호가 나타날 때 시장이 좀 더 자신감을 가지며 체력적으로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전까지 시장참여자들은 떨어지는 정책효과가 어떻게 개선되는지를 지켜보며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작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주식시장은 제한적 반등→중기조정→장기상승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소연 연구원도 "시장참여자들이 현재 가격면에서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조정 폭이 좀더 깊어지던지 미국 경기회복 신호가 나오는 등의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미국의 경기회복이 기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현재 미국의 CIT그룹 파산에 따른 상업부동산 문제 등은 단기적 이슈로 보이는 만큼 이러한 불안요인이 걷히는 11월말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체력 저하 국면에서 취해야할 투자전략으로는 외국인들의 매매동향에서 힌트를 찾으라는 주문도 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올해 3월 이후 지속적인 매수세를 보이며 증시 회복을 주도해 왔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만, 인도 등 주변 아시아시장에서도 유사한 태도를 취했다"면서 "올들어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한국 211억 달러, 대만 109억 달러, 인도 142억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은 비중도 어느 정도 채워 놓았고 수익도 상당히 낸 국가에 속해 투자자에 따라서는 이익을 실현하는 쪽이 생길 수 있고 만약 추가 매수를 하더라도 시장 전반에 호재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종목별 선호도가 갈릴 수 있다"며 "최근 주가 하락 시기에도 외국인들이 매수한 종목이 있다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코스피지수가 6일 연속 하락할 때 외국인들이 매수한 종목은 수출주보
다는 내수주, 수출주 중에서는 정보기술(IT)보다 자동차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