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근거 없는 유상증자 루머가 잇따르고 있다. 해당 업체와 투자자들은 때아닌 증자설로 주가가 출렁거리는 일이 빚어져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26일 강세장에서 느닷없는 유상증자설이 돌아 장중 한때 1% 정도 하락했다. 이날 모건스탠리증권이 설비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잠재적인 주식 발행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보고서를 낸 것을 계기로 증자 가능성이 증권가 메신저 등을 통해 확산된 탓이다.

회사 측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0.53% 오른 1만8850원에 마감,나흘 만에 반등했지만 투자자들은 주가가 출렁이는 바람에 혼선을 겪어야 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주 실적 발표 후 가진 경영설명회에서 내년 추가적인 자금 조달 없이 사업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듯이 증자는 검토 가능성조차 내비친 적이 없는데도 돌연 증자설이 나돌아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지난 23일에는 두산그룹주들이 뜬금없는 증자설에 휘말렸다. 두산엔진의 대규모 추가 증자설과 함께 검찰 조사설까지 유포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돼 당시 두산이 8%대의 급락세를 보였고 두산인프라코어두산중공업은 5% 넘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날 근거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두산인프라코어는 5.92% 반등했고 두산과 두산중공업도 1~3% 상승했다.

앞서 기아차도 이달 15일께부터 증자설에 시달리며 이틀 연속 3~4%대씩 급락하기도 했다. 회사 측이 "증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3분기 실적 개선 소식이 나오며 증자설은 자취를 감췄다.

또 하나금융은 이달 5일 대규모 유상증자설로 14%대 급락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종렬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지난 23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조~2조원대 유상증자설은 해프닝이었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딜 구조가 나와 투자자와 주주의 이해관계를 판단할 수 있게 되면 증자를 검토하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내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이 구조조정이나 인수 · 합병에 대비해 연말에 미리 여유자금을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근거 없는 증자설이 쏟아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말에 중소기업들은 잇달아 증자에 나설 수 있지만 대기업들은 이미 자금을 확충한 데다 시장 분위기가 썩 좋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증자를 실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