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효과로 수백억달러가 넘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이다. "

한국경제신문이 15일 입수한 톰슨로이터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대상 '한국 증시에 대한 인식 조사'보고서는 한국 증시가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격상되는 효과가 외국인들의 매수 확대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지난달 21일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선진국지수에 공식 편입된 데 이어 내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외국인의 '바이(Buy) 코리아'행보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진단이다.

여기에 이르면 이달 중 한국 국채가 세계 최대 금융업체인 씨티그룹이 운영하는 세계 국채지수인 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 선진시장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돼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톰슨로이터는 전망했다.


◆한국 경제와 기업 성과 낙관

이번 설문에서 8000억달러(약 924조원)가 넘는 막대한 자금을 주무르는 펀드매니저들의 3분의 2 이상인 69%가 한국 증시의 강세장 지속을 예상한 것은 한국 경제와 기업의 향후 성과를 낙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미국 헤지펀드 관계자는 "한국 경제의 전망이 긍정적"이라며 "내년에 적어도 5%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한 펀드매니저는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빠르게 빠져나온 국가"라며 "세계 경제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호평도 많았다. 유럽에서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는 한 매니저는 "한국 기업들이 위기국면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어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종목을 물색하는 투자자들의 레이더에 한국 기업들이 뚜렷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IT(정보기술) 기업들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설문에서 선호하는 한국 업종을 묻는 질문에 31.1%가 IT를 꼽았다. 기계 건설 운송 등 산업재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28.9%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자동차 유통 등 경기소비재가 15.6%,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이 13.3%,음식료 등 필수소비재가 4.4%였다.

◆"앞으로 주식 더 산다"는 응답이 35%

앞으로 12개월 동안 한국 주식 비중을 더욱 키우거나(35%)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49%)는 응답이 전체의 84%에 달한 것은 주목된다. 올해 27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이 적어도 매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펀드 환매가 일단락나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매도세가 진정되기만 하면 증시가 상승탄력을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긍정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려면 우선 외국인을 계속해서 국내 증시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와 관련,톰슨로이터의 이번 설문은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외국인이 한국 주식에 투자할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다. 설문에 따르면 기업의 펀더멘털(내재가치)이 34.8%로 가장 첫손에 꼽혔고,시가총액,경영자의 자질,지수 편입 여부 등이 지목됐다. 외국인은 시가총액이 2억달러(약 2300억원) 정도는 되는 종목에 투자한다는 얘기이고,MSCI 코리아지수 등에 편입된 종목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외국인은 투자여부를 판단하기 전 기업 경영진과 '대면 만남'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견기업의 경우 IR 담당자보다는 최고경영진과 만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