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을 지나고 있다' 우려 부각

우리 주식시장이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쉽사리 기운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달들어 미국 뉴욕증시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자금, 특히 북미계 자금의 매수세 회복에 대한 기대가 일었지만 외국인들은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주가지수 또한 본격적인 반등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오전 10시32분 현재 전날보다 10.58포인트(0.65%) 내린 1,629.23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달들어 코스피지수의 하락률은 2.65%가 됐다.

전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장중에 연중 최고치인 9,931.75를 기록하는 등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여온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 또한 이달 초에 9,600 부근까지 처졌지만 다시 10,000선을 회복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비교적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고 주요 기업들의 영업실적도 두드러진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4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증시도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기업의 이익 회복은 대략적으로 우리나라보다 한분기 늦게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가 더 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실적이 정점을 그리고 하락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더 부각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들 역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기 보다는 투자 시점을 조절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증시가 미국의 상승 흐름과 유리되는 기간이 앞으로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삼성증권 정명지 연구원은 "그동안의 주가 상승으로 인해 역사적 평균을 기준으로 한국 증시는 고평가 상태인 반면 미국은 저평가 영역에 있다"며 "이런 구도가 해소되려면 국내 기업의 하반기 이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회복돼야 하고 이는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주 후반에 미국의 정보기술(IT), 금융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고 난 뒤에 우리 증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대신증권 박중섭 선임연구원은 "시장의 기대치가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미국의 신용관련 경제지표의 지속적인 악화 양상을 감안할 때 3분기 미국 금융주들의 실적 발표가 추가 상승을 이끌기보다는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일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우리 증시에 대한 영향력이 비교적 큰 미국이나 중국 시장이 향후에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3분기 IT나 금융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되면 우리 증시도 미국 혹은 중국의 상승세에 연동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장은 SK에너지나 삼성이미징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들이 내놓는 실적 전망에 따라 종목별 주가가 뚜렷하게 차별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