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비철금속과 철강 등 금속주들이 들썩이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고 미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관측에 따라 금을 비롯한 아연 동 등 비철금속 가격은 앞으로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어서 금속주를 주목해 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7일 코스피지수는 미국 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약보합에 그쳤지만 비철금속 쌍두마차인 고려아연풍산은 급등했다. 고려아연은 17만9500원으로 7.49% 뛰어올랐고 풍산은 10.11%의 급등세를 보였다.



전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이 온스당 1038.8달러로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아연(1.8%)과 니켈(3.9%) 등 주요 비철금속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전승훈 대우증권 연구원은 "호주의 전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해외 주요 광산노조의 파업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국제 상품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주들도 기관투자가들의 '사자'가 집중되며 강세를 보였다. 철강 대장주인 포스코는 48만2000원으로 2.01% 상승했고 동국제강(6.08%) 현대제철(4.04%) 현대하이스코(3.90%) 등도 3% 넘게 올랐다. 철강주들은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주도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데다 원화 강세 수혜주라는 점까지 더해져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 수혜 기대

전문가들은 금을 직접 생산하는 고려아연과 동 생산업체인 풍산,철강주 가운데선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을 유망 종목으로 꼽고 있다. 경기 회복에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이들 종목은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평가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IT와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들은 4분기 이후 실적에 대한 우려로 당분간 차익 실현 매물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철강 및 금속 관련주들이 '틈새시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혁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철금속 중에서도 변동성이 큰 금값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재개함에 따라 금을 생산하는 고려아연이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 관련 매출 비중이 전체의 30%에 달하는 데다 핵심 원재료 가격을 100% 상품에 전가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장기적으로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수록 실적 개선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 연구원은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는 지금이 고려아연을 매수할 적절한 타이밍"이라며 현 주가보다 40% 가까이 높은 25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이날 삼성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고려아연을 비철금속주 중 최우선 추천주로 제시했다.

◆철강주는 4분기도 실적 개선 전망

철강주들도 상품가격 상승으로 톡톡히 효과를 볼 것이란 분석이다. 전 연구원은 "원재료가 되는 철광석 가격이 오를 경우 이는 제품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재는 수급상 원자재 가격 상승을 제품가격에 전가하기 용이한 구조라는 것이다.

김경중 삼성증권 기초산업파트장은 "철강주는 상대적으로 못 올라 주가 수준도 낮은 편"이라며 "포스코 영업이익은 3분기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4분기는 3분기보다 더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4분기 영업이익을 1조3000억원까지 추정했다. IT나 자동차 등 3분기 주도주들이 원 · 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해 4분기 실적은 3분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더욱 매력적이라는 지적이다.

정지윤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호주의 금리 인상은 각국 정부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됨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경기 회복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경기가 회복 기조에 들어가면 철강 등 소재주들의 주가 흐름이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철강주들은 원화 강세 수혜주라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김 파트장은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자재를 수입해 쓰는 포스코의 경우 원 · 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순이익은 300억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철이나 슬래브 등을 외국에서 들여오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도 원화 강세 수혜주다.

김 파트장은 포스코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내년 예상 실적을 기초로 10배에 불과해 시장 평균(12~13배)보다 낮다며 포스코를 최우선 추천주로 꼽았다.

한편 정 연구위원은 내년 고로 본격 가동에 따른 성장성을 감안하면 현대제철이 유망해 보인다며 목표주가로 9만4000원을 제시했다.

서정환/강지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