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이 2차 환율 전쟁을 치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 초 원 · 달러 환율 1500원대에서 벌인 전쟁이 1차라면 지난달 말부터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이 2차다. 차이점은 1차가 환율의 추가 상승(원화가치 하락)을 막는 것이 임무였다면 이번엔 추가 하락(원화가치 상승)을 저지하는 것이다.

2기 경제팀이 환율에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3일부터.1200원대를 지켜오던 환율이 당시 9원40전이나 떨어져 1194원40전에 마감됐다. 당장 수출업체에서 아우성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이르는 만큼 2기 경제팀은 1200원대 붕괴를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였다.


정부는 속도조절 작업(smoothing operation)에 착수했다. 적게는 하루 2억~3억달러,많게는 6억~7억달러를 사들였다. 다만 조용히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달 28일까지는 그럭저럭 선방했다. 그러나 29일 들어선 다시 10원이나 하락하며 1180원대에 접어들었고 30일엔 7원80전 더 떨어져 1178원대로 미끄러졌다.

이달 1일 들어선 장중 1160원대까지 빠졌다. 2기 경제팀은 '미세 조정'만으로는 환율 하락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익주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외환시장의 쏠림이 과도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필요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다. 시장 추정으로 20억달러에 이르는 매수 개입도 단행했다. 이에 힘입어 이날 환율은 장중에 20원이나 출렁거린 끝에 전날 대비 소폭 올라 1178원30전에 마감됐다.

그러나 '약발'은 오래 가지 못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5일 환율은 다시 1160원대로 떨어졌다. 이번엔 한은이 나섰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시장의 심리가 하락 쪽으로만 쏠려 있다"며 "한은은 정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환율 하락폭을 4원60전으로 막을 수 있었다. 종가는 1173원70전이었다.

안 국장은 이마저도 성에 안 찼는지 오후 5시께 한은 기자실을 방문해서 한은의 생각을 전달했다. 안 국장은 △외국인의 주식 매입이 매도로 바뀌었고 △지난달 50억달러 이상 무역흑자는 추석 연휴 전 밀어내기에 따른 것이고 △앞으로는 무역흑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환율이 추가로 급락할 여건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율에 대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강구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시장에선 2기 경제팀이 환율 1150원 선을 1차 마지노로 설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하고 있다. 원화는 올 들어 달러 대비 7.3% 평가절상됐는데 다른 주요국들의 절상률을 보면 일본 0.5%,중국 0.1% 등에 그친다. 지난해 원화 가치가 비정상적으로 하락(환율 급등)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 당국의 생각이란 분석이다. 2기 경제팀이 임무를 완수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