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이후 주춤했던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가 엔화 강세에 힘입어 재상승을 노리고 있어 주목된다. 주력 수출주인 IT와 자동차 업종은 달러당 1100원대로 떨어진 환율이 복병으로 떠올랐지만 엔 · 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경쟁자인 일본 업체들이 엔화 강세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어서다.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D램 가격이 내년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돼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주들도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기간조정을 거치고 나면 IT와 자동차주가 주도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엔화 강세로 수출주 수혜 기대

29일 코스피지수는 14.50포인트(0.87%) 오른 1690.05로 거래를 마쳐 5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뉴욕증시 상승에 힘입어 20포인트 이상 오른 1695선에서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 매도로 1680선까지 밀렸지만 프로그램을 앞세운 기관의 매수세로 1690선을 회복했다.

특히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2.01% 상승하며 이틀 연속 올라 81만원대를 되찾았다. LG전자(1.17%) LG디스플레이(2.11%) 하이닉스(2.89%) 등 대형 IT주들이 동반 상승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기아차는 씨티그룹 창구로 매수세가 대거 몰리면서 3.55% 올랐다. 현대차는 0.45% 하락했지만 오후장 한때 상승폭이 2.71%에 달하는 등 나름 선전했다.

전문가들은 IT와 자동차주의 경우 수요 증가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가운데 엔화 강세의 수혜까지 입으면서 주가가 재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엔 · 달러 환율은 지난 25일 달러당 89엔대로 진입해 올 2월4일(89.43엔) 이후 처음으로 90엔 밑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엔화 강세 현상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미쓰비시UFJ은행은 연내 엔화가 달러당 85엔대까지,메릴린치증권은 87엔대까지 각각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해외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경합이 치열한 IT 자동차 등의 산업에서 국내 수출업체들이 가격면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엔화 가치와 연동된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가치 상승으로 엔 · 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예를 들어 2004년 엔 · 달러 평균환율이 107엔대일 때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12조원에 달했지만 2007년 117엔대까지 상승하자 이익은 5조9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작년부터 엔 · 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접어든 이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오름세를 타고 있다. 현대차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용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는 모든 통화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국내 수출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엔화 강세로 한국 수출주의 이익 개선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IT 자동차 주도주 복귀할 듯

D램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IT주에 희소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G(기가)급 DDR2 현물가격은 지난 25일 2달러를 기록해 작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도원 한화증권 연구원은 "D램 주력 제품이 DDR2에서 DDR3로 이동 중인 과도기여서 DDR2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DDR2와 DDR3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 역시 투싼과 YF쏘나타 등 신차효과와 엔화 강세 수혜로 미국과 중국 지역에서 점유율 확대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화 못지않게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 현대차로 대변되는 기존 주도주의 실적 기대감은 여전히 탄탄하다"며 "글로벌 소비 회복이 가시화되면 IT와 자동차주의 실적 모멘텀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