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나라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입니다. 전체 수출액에서 미국 지역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들어 8월20일까지 10.6%로 중국(23.3%)이나 유럽(15.8%)에 뒤집니다. 수입의 경우 미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9%)입니다.

그런데도 환율은 여전히 '원 · 달러'로 따집니다. 유로,일본의 엔,중국의 위안 등 다른 나라 통화로 이뤄지는 결제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원 · 달러 환율로 돈의 가치를 따집니다. 그러다 보니 원 · 엔이나 원 · 위안 등의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잊어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원 · 달러 환율이 1200원 선을 조만간 하향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아직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역시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엄밀히 말해 '원고(高)'(원화가치가 올라가는 현상)가 아니라 '달러저(低)'(달러가치가 내려가는 현상)입니다.

달러 약세를 우려해 미국 시장에서 뛰쳐나온 돈이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가장 빨리 벗어나고 있는 아시아 시장으로 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빠져나간 돈이 황급히 되돌아오는 현상까지 겹치면서 코스피지수는 1700선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 파도가 지나가고 난 뒤 지형은 어떻게 바뀔까요. 미국에서 돈이 빠져나가 달러가치가 더 떨어지면 미국의 무역수지가 개선되고,그러면 중국이나 한국처럼 장기간 무역흑자를 냈던 국가들은 적자로 돌아서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원화 환율이 하락하면서 해외 여행이 증가하고 수입이 늘어나는 등 경상흑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세계 경제를 짓눌렀던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가 해소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는 당장은 '꿀'이지만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