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파는 게 일입니다. 가는 주식만 가니 종목 교체할 필요도 거의 없습니다. "

증시가 거침없이 오르고 있지만 펀드 매니저들은 개점 휴업 상태다. 종목 발굴이나 투자보다는 기계적으로 주식을 정리하고만 있다. 증시 상승이 부메랑이 되어 펀드에선 연일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18일 "주가가 오르는 것만 쳐다보고 있다"며 "증시가 오를수록 오히려 펀드자금은 사라지니 들고 있는 주식 가운데 시장 평균보다 비중이 높은 종목을 쳐내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산운용사들은 7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처분했다. 이달 들어 자산운용사들은 1조9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았고,지난달에도 3조6317억원어치를 정리하는 등 운용사들의 주식 매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펀드 매니저들이 주식을 팔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펀드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빠지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872억원이 순유출되는 등 이달 들어서만 1조797억원이 이탈했다. 지난 1월 219억원에 그쳤던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유출 규모는 점점 불어나 지난달엔 1조6000억원을 웃도는 등 올 들어서만 이미 5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졌다.

다른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증시가 오르고 있지만 외국인들이 주도하는 것이고 펀드매니저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며 "올초 상승장에선 IT(정보기술)와 자동차주를 편입했는데 이후 펀드 환매 압력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의 현금비중은 평균 6.11%로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서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7월14일 8.77%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