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네 마녀의 날'(선물 · 옵션 동시만기일)을 하루 앞둔 9일 프로그램 매물에 밀려 약세를 나타냈다.

그렇지만 증권업계에선 전날 유입된 외국인의 선물 매수 물량이 만기에 앞서 조기 청산된 데다 차익거래 잔액 규모 등을 고려할 때 10일 선물 · 옵션 동시만기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10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하면서 유동성 확대 정책을 유지해나갈 것으로 보여 증시는 추가 상승을 탐색하는 '눈치보기'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프로그램 매물 2600억원 이상 나와

이날 코스피지수는 11.92포인트(0.74%) 떨어진 1607.77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뉴욕증시 강세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매매로 한때 3000억원이 넘는 매물이 쏟아지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 오랜만에 매수 규모를 늘려 자동차와 화학을 중심으로 882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선물시장에선 3538억원을 순매도하며 선물 가격 하락에 따른 프로그램 매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는 2699억원으로 지난달 24일(2909억원) 이후 보름여 만의 최대였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변동성을 이용해 선물을 단기 매매하고 있는 외국인이 전날 사들인 4000억원가량의 선물을 청산(환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달 들어 단기 유입됐던 프로그램 매수 물량이 미리 해소됐다는 점에서 이는 만기일 부담을 줄여주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기관은 프로그램을 포함해 5400억원가량의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가뜩이나 힘없는 증시에 부담을 더했다. 만기일을 앞두고 눈치보기를 하던 투신 등이 지수 하락으로 비차익거래 등을 이용해 매도 규모를 늘리면서 특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주가 낙폭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만기일 영향 미미할 듯

지난 6월 동시만기일 이후 매수차익 잔액보다 매도차익 잔액의 증가폭이 커 이번 만기일엔 오히려 매도차익 거래의 청산에 따른 프로그램 매수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다음월물인 12월물의 가격이 저평가돼 있어 싼 선물을 사고 대신 현물을 파는 흐름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그간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을 밑돈 탓에 매도차익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아직도 선물이 현물보다 싸 선물 매수를 이어가는 편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선물을 매도했던 외국인의 경우 현재 베이시스(선 · 현물 간 가격차) 수준에선 손실을 보고 있지만 원 · 달러 환율이 최근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이를 보완해주고 있다"며 "환율이 추가로 하향 안정된다고 가정할 경우 이들은 롤오버(이월)를 통해 매도 포지션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현재 1조원가량 쌓여 있는 매수차익거래의 청산으로 프로그램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다만 심 연구원은 "한동안 이어지던 외국인의 선물 매도 포지션 롤오버가 이날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며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현물 매수에 대한 헤지용이었다면 매도 포지션 청산과 함께 현물 매도가 나올 수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돼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최근 추세가 흔들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도주들의 반등 여부가 더 큰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