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부품업체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기사회생하며 또 한번 집중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수요급감과 '키코' 손실 등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했던 IT 부품업체들이 전방산업의 호조와 새로운 성장동력을 속속 확보하면서 증시를 달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전자 등 세트업체들의 시장점유율 상승이 이어지면서 IT 부품업체들의 급격한 실적개선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전기전자제품의 핵심재료인 PCB(인쇄회로기판)부터 LED(발광다이오드), 아몰레드(AMOLED), LCD(액정표시장치), 2차전지 부품업체까지 그 주목도가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PCB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LCD TV, 휴대폰 세트업체 물량 증가에 따른 가동률 상승으로 마진율이 다른 IT 부품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DDR3 시장의 확대로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Package Substrate·PS) 물량 증가에 따른 수율개선, 제품 믹스 효과에 따른 수익성 호전도 실적개선에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전기 LG이노텍 대덕전자 대덕GDS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이수페타시스 심텍 등 8개 국내 주요 PCB업체의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은 1조 31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6.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378억원으로 무려 357.1%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7.2%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5.2%포인트 확대됐다.

대형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을 제외한 중소형 PCB 6개사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9.7% 증가, 흑자 전환했다.

특히 중소형 6개사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IT 분야의 성수기인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더라도 다른 IT업체대비 견조화 및 차별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강력한 3분기 실적 모멘텀을 보유한 저평가주에 시장이 관심이 집중되면서 LED 관련주들도 또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달초 지식경제부가 에너지절약 효과가 높은 고효율 에너지 제품 보급 확대를 위해 LED조명 등 6개 품목을 고효율 에너지 인증 대상 제품으로 추가 지정ㆍ고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LED용 제너다이오드칩 제조 1위 업체 오디텍한성엘컴텍 대진디엠피 루미나이크로 서울반도체 등이 주목받고 있다. LED 패키징 전문업체 루멘스와 LED 에피웨이퍼와 통신장비 등을 생산하는 에피밸리, 우리이티아이 등도 관심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몰레드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 업체들도 무서운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세계 아몰레드 시장이 2008년 4억5000만달러에서 2013년 36억달러, 2016년 71억달러로 8년만에 15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테크 팀장은 "PCB업체들의 경우 환율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지속되면서 경쟁사인 대만과 일본 업체들이 거의 고사되다시피 했다"면서 "휴대폰 부품업체들도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메이저 회사인 노키아나 에릭슨의 주문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시장 장악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달러 환율이 현재와 같은 수준만 유지된다면 전기전자부품업체들의 실적개선과 주가 추가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