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확산 소식에 제약 · 바이오주들이 대거 상한가로 직행했다. '타미플루' 복제약을 비롯해 예방백신 및 진단시약 관련 기업들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21일 유가증권시장의 SK케미칼녹십자, 코스닥시장의 씨티씨바이오 화일약품 에스텍파마 등 제약 · 바이오주들은 개장 초부터 강세를 보여 가격 제한폭까지 급등했다. 진단시약업체인 바이오랜드와 에스디도 상한가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 주말 국내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한 데 이어,확진환자가 하루에 200명 이상 늘어나는 등 신종 플루가 대유행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양상이다.

신종 플루가 기온이 낮아지는 가을철에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로 증권사들도 관련 업체별 영향을 담은 분석 보고서를 연이어 제시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정부에서 높아지는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강제실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타미플루 복제약 생산시설을 확보한 SK케미칼과 한미약품, 원료 독점권을 확보하고 있는 씨티씨바이오 등을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강제실시권은 지식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강제로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허권 예외 규정으로, 국가 비상사태 등 공공의 비영리적 목적을 위해 발동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타미플루' 및 '리렌자' 비축량은 전 국민의 11% 수준인 약 550만명분으로 20% 수준인 일본 홍콩 등 주변국에 비해 크게 낮은 상태다.

키움증권은 정부가 강제실시권을 발동할 경우 항바이러스제 개발능력이 있는 유한양행 LG생명과학 등 11개 제약업체에서 '타미플루'복제약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유일의 신종 플루 예방백신 제조업체인 녹십자도 향후 매출 증대 가능성이 기대됐다. 김지현 키움증권 수석연구원은 "오는 9~10월께 사태가 심각해지면 정부가 현재 1136만명분인 백신 비축 목표치를 더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진단시약업체인 바이오랜드와 에스디도 보건소 및 기타의료기관으로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대웅제약이 복제약 원료 생산을 결정하고,몇몇 대형업체가 씨티씨바이오에 자본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관련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체들의 실제 수익성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차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제약 ·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내업체들이 복제약을 생산한다고 해도 원가가 명백하게 나와 있고 정부가 수급을 결정하는 만큼 해당업체들이 큰 이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 예산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공급물량이 많아질수록 단가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관련 업체들이 테마주로 묶이며 급등하고 있지만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