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올 2분기 순이익이 1분기 때의 8.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1분기에 적자를 냈던 175곳 가운데 106곳이 흑자로 전환했다.

코스닥기업도 순이익이 1분기보다 185% 늘며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손실이 컸던 기업을 포함, 모두 130개사가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하반기에도 기업 실적이 좋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주요 기업들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증권시장

18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29개사 중 비교 가능한 569개사의 2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액은 214조6017억원으로 1분기보다 5.0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3조3663억원으로 104% 증가했다. 특히 순이익은 14조8391억원으로 746%나 급증했다.

이처럼 1분기보다는 실적이 가파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작년 2분기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0%,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1.3%와 2.6%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6.2%로 작년 2분기(8.8%)에 못 미쳤다.


거래소 관계자는 "2분기에 원 · 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인데다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상장사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며 "경기 회복세가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증권사들도 실적개선 추세가 3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95개사의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에 비해 45%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우증권과 삼성증권도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각각 26%와 2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간판 기업 이익개선 뚜렷

삼성전자 등 간판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이익 개선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은 영업이익 1조63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상장사 중 가장 큰 규모로,1분기보다 620.3% 급증한 수치다.

LG전자 현대차 LG SK텔레콤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기아차 외환은행 등도 영업이익을 많이 냈다.

영업이익이 50억원 이상이면서 전분기 대비 증가폭이 가장 컸던 상장사는 금호석유화학이었다. 금호석유의 2분기 영업이익은 550억원으로 1분기 대비 무려 2674% 급증했다. 금호석유를 비롯해 여타 화학주들도 업황 개선을 타고 실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호남석유화학은 1분기 1535억원보다 46.4% 증가한 2248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고,대한유화도 2분기 분기 사상 최대인 영업이익 665억원을 기록했다.

환율 안정으로 순이익이 크게 개선되면서 흑자전환한 기업은 106개사에 달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가 각각 1분기 순손실에서 벗어나 대규모 순이익을 냈으며 한국전력 동국제강 효성 쌍용양회 두산중공업 대한항공 등도 흑자로 돌아섰다.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외환은행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주도 적자에서 벗어나 각각 2381억원,196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장사를 가장 잘한 상장사는 엔씨소프트였다. 작년 2분기 15.7%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은 신작 게임 '아이온' 효과로 1분기 42.0%,2분기 45.8%까지 좋아졌다. 아울러 NHN 강원랜드도 4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높은 수익성을 재확인시켰다.

10대 그룹 가운데는 IT(전기 · 전자)와 자동차업종이 주력 계열사로 포진한 삼성과 LG 현대차그룹의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삼성그룹의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의 호조에 힘입어 232.7% 늘었다.

또 LG전자(63.4%), LG디스플레이(흑자전환)의 실적 개선에 LG그룹의 영업이익도 304.2%나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327.4%)와 기아차(271.6%)의 질주에 영업이익이 241.5% 늘었다. 롯데그룹은 2분기 영업이익 6264억원을 거두며 전년동기보다 57.6% 개선되는 뚝심을 보여줬다.

◆코스닥 키코주 부활

코스닥상장사 859곳의 2분기 매출은 1분기보다 11%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7%와 185% 증가했다. IT 업황이 개선된 데다 환율안정으로 키코 평가손이 줄어든 덕분이란 분석이다.

대표적 키코 손실주인 제이브이엠은 2분기 순이익 252억원을 올리며 1분기 240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또 현진소재 엠텍비젼 상보 등 주요 키코주들도 2분기에 1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키코주를 비롯해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기업은 130개사에 달했다. 인터넷기업 다음이 1분기 41억원 적자를 딛고 2분기 123억원 흑자를 거뒀고 자원개발업체인 골든오일도 111억원 적자에서 108억원 흑자로 턴어라운드했다.

1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기업들도 잇따랐다. 진로발효는 1분기 1억원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이 2분기에 59억원으로 급증했다. 프로텍 한국기술투자 엠넷미디어 CJ프레시웨이 켐트로닉스 등도 영업이익이 10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살아나면서 창투사들의 이익률 증가가 돋보였다. 한미창투우리기술투자의 2분기 영업이익률이 60%를 넘어섰고 바이넥스트투자도 52%대의 이익률을 자랑했다. 또 비에스이 동아회원권 네오위즈 등이 50%가 넘는 이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박해영/조진형/송종현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