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코스피지수가 1,600에 다가서고 있고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9,400에 육박하면서 비관적 전망을 해 왔던 분석가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ㆍ미 두 나라 비관론자들은 여전히 경제나 증시에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는 견해를 굽히지 않고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7일 우리 증시의 상승세를 미국과 중국에서의 경기 회복세가 뒷받침하고 있는 점과 관련해 "미국 금융권의 부실이 생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고 중국 은행권의 부실 여신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맹목적인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현재 세계 경제의 회복을 위해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미국의 경우 자산가격 거품을 용인하는 양상이지만 거품이 터지기 시작하면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 감소와 미국의 재정지출 축소, 미국 국채가격 하락, 미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과 주택시장의 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나 미국에서 나타나는 경기 회복 기미에 대해 "(정부의 재정 지출로 경기를 지탱하는) 정책 효과가 매우 크다"며 하반기에는 정책 효과가 둔화되면 회복 속도도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경제 회복이 아주 바람직하게 이뤄진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여전히 주요 선진국 경기는 부진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분명히 있으며, 따라서 경기가 회복되겠지만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센터장은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면서도 "현재의 경기 회복 정도가 과연 저점 대비 70%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정당화시킬 정도인지 불분명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미국의 비관론자들 역시 여전히 기가 꺾이지 않은 모습이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경제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3일에 이어 지난 12일에도 "세계 경제가 여전히 '더블 딥' 형태의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재정적자가 심해지면 장기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채권 가격이 하락해 결국 경기의 재 하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12일 인터뷰에서 "주가는 더 올라야 하지만, 문제는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너무 높게 올랐다는 것이고, 내 관점에서는 조정의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닥터 둠'인 마크 파버 `글룸, 붐 앤드 둠 리포트' 편집장 역시 지난 12일 같은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몇달간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자산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버는 "강한 달러는 국제적인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지고, 경제 성장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인식이 들면 그동안 큰 폭으로 오른 신흥시장 증시는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