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기대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주 뉴욕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은 대형 소매업체들의 2분기 실적에 쏠릴 전망이다. 주택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고용시장도 안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 열기를 꺼려 실적 결과가 관심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유통업체들의 7월 동일 매장(1년 이상 영업) 매출은 지난해 7월보다 5.1% 감소했다. 작년 9월 이후 11개월째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자료에서도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소비 민감도가 높은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소매 판매가 살아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에이 데이비슨앤코의 프레드 딕슨 시장 전략가는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자들은 여전히 신중하게 소비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소매 영업환경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주 2분기 실적을 내놓는 월마트와 메이시,노르드스트롬,JC페니 등이 어떤 실적 전망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4주 연속 상승세를 보여온 뉴욕증시 흐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주요 소매 유통업체들의 2분기 실적이 좋게 나와도 관련 주식은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지난 한 달 사이에 S&P 유통업체 소매업 지수가 22.5% 급등한 만큼 조정을 받을 때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소매업체들의 실적과 함께 오는 13일에는 7월 소매판매 지표,14일에는 미시간대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발표될 예정이다.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민간 소비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겠지만 여전히 위축된 것으로 드러나면 최근 급등한 뉴욕증시의 조정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는 시장 전문가들조차 지난 3월 저점 이후 50% 이상 급등한 증시가 재상승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에너지 축적 과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다만 각종 지표에 비춰볼 때 경기 회복신호가 뚜렷해지는 만큼 짧은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존슨일링턴어드바이저스의 휴 존슨 최고투자경영자(CIO)는 "기업들의 수익성 향상에 무게를 두고 증시가 급등하면서 시장이 다소 고평가 국면에 들어섰다"고 분석하면서도 "강세장 초입에 들어섰다는 인식이 워낙 강한 만큼 매우 짧은 조정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S&P500 기업 중 실적을 발표한 427곳의 73%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1~12일 갖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경제 상황과 통화정책에 대해 어떤 발표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FRB는 신중한 경기관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제로 수준인 기준금리를 계속 유지하는 등 통화 확대 정책 의지를 분명히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