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주원 KTB證 대표 "내년초 새 홈트레이딩시스템 내놓겠다"
주원 KTB투자증권 대표(47ㆍ사진)는 지난 4월 대표이사 취임 이후 증권업계에서 100여명의 인력을 불러 모았다. KTB투자증권은 작년 7월 증권업 인가를 받은 '새내기' 증권사다. 법인영업, 리서치센터 등에 속한 각 증권사 핵심 인력들이 이 신생 증권사에 속속 합류했다.

몸값 비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들을 KTB투자증권이 단기간에 대거 영입할 수 있었던 것은 돈의 힘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평이동' 했다. 주 대표가 이들에게 제시한 것은 비전과 믿음이었다.

그는 "취임 이후 가장 중점을 둔 것이 바로 인재 영입"이라며 "키움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등 지인이 많은 곳에서 대부분 오긴 했지만 2~3달만에 100명 넘는 사람을 불러모으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주 대표가 증권사 조직을 새롭게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금의 키움증권을 일군 '개국공신'이다. 2000년 키움증권 설립 초기 합류해 이 증권사에서 채권부와 영업부를 거쳐 주식운용팀, 해외투자팀, 국제채권팀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주 대표는 본사 영업의 선봉에 서서 키움증권이 점포 없이 온라인만으로도 위탁매매 분야에서 강자가 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졌다. 키움증권의 현재 위탁매매 점유율은 13.8%로 이 분야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는 2007년 10월 유진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또 한번의 도전을 한다. 당시 유진투자증권은 유진기업으로 주인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조직 재정비가 절실했다. 주 부사장은 리테일 분야 강화를 위해 옛 키움증권의 영업 및 전산 핵심 인력들을 불러 모으고 작년 하반기 새로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챔피언'을 출시했다. KTB투자증권은 그의 세 번째 '도전'인 셈이다.

주 대표는 "리테일 비즈니스 인프라 구축을 위해 유진투자증권에서 같이 넘어온 윤홍원 마케팅본부장을 비롯 마케팅과 IT 개발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며 "법인영업본부도 이창근 전무를 중심으로 주식, 채권 관련 전문 인력을 40명 가량 충원했다"고 전했다.

주식, 채권 등 법인영업의 경우 업계 베테랑들을 영입하자 곧바로 실적이 나오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KTB투자증권이 신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리서치센터를 구축한 것도 법인영업 강화를 위해서다.

주 대표는 "리서치센터는 단순히 인원만 많은 게 아니라 박희운 센터장을 비롯해 45명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14명이 스타급"이라며 "리서치센터만 놓고 보면 한국 증권사 중 톱 10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KTB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기관으로부터 문의전화(콜)와 PT(프리젠테이션) 요청을 부쩍 많이 받고 있다. 특히 전기ㆍ전자(IT), 철강, 정유ㆍ화학, 금융 등 주요 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인터뷰]주원 KTB證 대표 "내년초 새 홈트레이딩시스템 내놓겠다"

주 대표는 "작년 7월 증권업 인가를 받은 이후 리테일 기반 없이 IB(투자은행)만 추구하다보니 성과가 더디게 나타났다"며 "리테일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한국형 IB의 모델을 만드는 게 내 임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초 새로운 HTS가 출시되면 리테일 영업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지점 설립 또한 계획 중"이라고 했다. KTB투자증권의 새 HTS는 증권 뿐 아니라 파생상품까지 거래할수 있게 구성될 예정이다. 새 HTS 개발에는 키움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의 HTS를 만들었던 IT 핵심 인력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 대표는 "리테일 부문에서 광고 등 물량 공세를 할 생각은 없다"며 "고객의 작은 요구사항 하나하나까지도 만족시키는 세밀한 서비스로 차별화하겠다"고 했다. 지점도 공격적으로 많이 늘리기보다는 주요 거점 위주로 몇 개만 일단 설립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장내 파생상품 투자매매업과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신청한 상태"라며 "이르면 연말께 FX마진거래나 원유선물 등의 파생상품 영업도 시작할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주 대표는 "KTB투자증권의 전신인 KTB네트워크는 벤처 캐피탈과 사모펀드(PE)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들 조직을 증권부문과 합쳤기 때문에 잠재적인 시너지효과는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시너지효과를 낼 지는 아직까지 고민중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예컨대 과거 KTB네트워크 시절에는 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상장시키는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기업공개(IPO)와 자금조달 중개 등 사후 서비스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PE 부문과 새로 구성된 증권은 서로 비슷한 듯 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조직이기 때문에 화학적 결합이 상당히 힘든 것 같다"며 "당분간은 이원화된 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선 강남(PE)과 여의도(증권)로 나뉘어져 있는 사무공간을 올해 안에 여의도 본사로 합칠 것"이라며 "서로 협력할 분야와 차이니즈월이 필요한 부문을 구분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 하반기중에는 자산운용본부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현재 본부장을 비롯 이미 상당부분 인력 구성을 끝마친 상태이며, 30~40명 규모로 출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PE(사모투자) 부문도 내년까지 1조원 규모의 신규 사모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라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 LP(투자자)도 참여시켜 글로벌 PE 하우스가 되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고만고만한 중형사 정도가 아니다"라며 "5년 이내에 '톱10' 진입이 우선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1963년생인 주 대표는 1982년 서울 숭문고등학교를 나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뉴욕대(NYU) 경영대학원을 거쳐 쌍용투자증권(현 굿모닝신한증권),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증권업계에서 20년 가량 잔뼈가 굵은 '증권맨'이다.

글=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
사진=한경닷컴 양지웅 기자 yangd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