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천억 달러라는 특정 규모의 외환보유액 목표를 설정할 경우 환투기만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6일 제기됐다.

이대기,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7일 열리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 '금융위기의 극복과 지속적 성장' 국제회의에 앞서 배포한 발표자료에서 "위기 재발과 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3천억 달러 이상 수준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일부 제시되나 외환보유액 확대는 통안증권 이자비용 증가, 수입물가 상승 등의 비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편익과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목표로 인위적으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것은 투기적 거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경상수지 흑자, 외화자금사정 개선 등을 통해 외환보유액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들 연구원은 "바람직한 외환 정책은 환율 안정을 목표로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시장개입보다는 실물경제 펀더멘털을 튼튼히 함과 동시에 외화유동성 측면에서는 통화스와프 확대 등 국제공조를 강화해야한다"면서 "외화유출과 관련된 외환 자유화 조치에 대해서도 재검토하고 역내 원화결제 확대 등 원화 국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관호, 김소영 고려대 교수는 "한국의 통화 정책이 자본 자유화 이전과 이후 모두에서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용되지 못했다"면서 "향후 자본의 글로벌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의 틀을 개발하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준경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이정훈 하와이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보호무역주의자들의 주장이 미국에서 커지지 않는다면 한미 관계는 앞으로 계속 강하게 유지될 것"이라면서 "한국이 중국과 미국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의 기로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미 평화 공존"이라고 설명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와 나오미 황 하와이대 교수는 "한국은 인구 노령화로 인해 공적연금 자금이 감소됨에 따라 자산 축적에 대한 의존도가 상승하면서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에 일정기간 자금을 보유토록 하는 유동성 제약을 부과하거나 장기적으로는 증권화로 길어진 금융중개과정의 채널을 커버드 본드를 사용해 단축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식 증권화 모델은 가격 리스크 변동에 취약해 유럽식 커버드 본드의 장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대출을 장려해야 하지만 은행권의 자금원천 문제와 은행권의 단기 달러 부채에 대해서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용 연세대 교수와 레슬리 영 홍콩 중문대 교수는 "정부가 뮤추얼 국부펀드(MWF)라 불리는 국부펀드 컨소시엄을 통해 시장에 참여한다면 금융 시장의 실패가 일부 완화될 수 있다"면서 "흑자국들은 기업에 투자하는 MWF를 통해 미국 기업에 자금을 공동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용준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금융시스템 개혁과 주택시장 등에서 미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미 정부는 주택가격 하락을 멈추고 주택소유주들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주택 재고를 줄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케오 호시 샌디에이고대 교수는 "미국은 부실자산 매입만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우며 자본투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은행이 자본투입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충분한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두얼, 김지은 KDI 연구원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10년 동안 살인, 강도 등 흉악 범죄가 두 배 가량 늘었다면서 범죄 억지를 위한 보다 많은 자원 투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