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설비투자 규모가 9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5년을 기준년으로 작성한 상반기 실질 설비투자액은 37조70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7조2657억원보다 20.2% 감소했다. 이는 2000년의 37조304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2000년 37조3040억원에서 2001년 34조1101억원으로 줄었으나 2002년부터 매년 증가세를 보여왔다. 설비투자 감소 폭도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44.9%) 이후 최악이다.

하반기에도 이 같은 투자 부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하반기에도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해 연간으로는 15.1%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하반기 설비투자가 7.5% 줄어 연간 15.3%의 감소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설비투자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3.8%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없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폭이 연간 4%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노동력 공급마저 둔화되고 있어 잠재 성장률은 더 가파르게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동력은 감소하고 투자는 부진한데 생산성마저 향상되지 않는 현재의 경제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잠재 성장률은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