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하이테크의 한 소액주주가 대주주를 상대로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선언했다. 필명 비초로 알려진 '슈퍼개미' 문덕 씨가 경영권을 확보한 지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것. 문 씨의 경영권 인수에 반발한 소액주주모임까지 결성된 상황이어서 앞으로 '슈퍼개미'와 '일반개미'의 한 판 격돌이 예상된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TFT-LCD(박막액정 표시장치)도광판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비전하이테크의 주주 하곤철 씨 외 2인은 지난달 30일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신청했다. 하 씨 등은 주주총회 소집을 위해 비전하이테크 주식 40만5095주(지분율 3.1%)를 확보했다.

하 씨는 주주총회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할수 있는 이사를 선임하고 문 씨측 경영진을 해임한다는 계획이다. 문 씨가 주주들을 무시하고 개인의 사익을 위해 회사를 이용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다.

하 씨는 "증자 목적이 보안 네트워크 전문기업 한드림넷의 지분 인수였으나 막상 증자가 완료된 이후엔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회사가 지분 인수를 미루고 있다"며 "이는 대주주와 회사가 주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유상증자 청약 마지막 날엔 언론에 크게 보도됐던 자전거 부붐업체 엠비아이의 지분 인수 계획을 밝히고는 며칠만에 돌연 취소했다"며 "증자의 공모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자들을 현혹했다"고 강조했다. 엠비아이는 최근 일본 시마노사(社)를 상대로 1조원대 특허소송에서 승소해 화제가 됐던 자전거 부품업체이다.

하 씨는 "최근 지분을 더 사서 약 3.5%까지 늘렸다"며 "장내에서 꾸준히 지분을 늘리는 것은 물론, 이미 결성된 소액주주연대와도 힘을 모아 주주총회가 열릴 것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발행주식 1300여만주 가운데 500만주 이상을 확보하면 적대적 M&A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문덕 씨는 회사 경영보다는 재매각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며 "증자를 통해 들어온 135억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위해 쓰여야 하는 자금이므로 이 돈이 투명하게 쓰일수 있도록 주주들이 힘을 모으는 중"이라고 말했다.

문 씨는 이와 관련, "증자 자금을 횡령한 것도 아닌데 일부 주주들이 반발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회사를 흔드려는 속셈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엠비아이 지분 인수 취소는 이 회사가 독일에서 특허소송에 져서 로열티 관련 수입을 기대할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한드림넷 인수 지연건도 법적으로 대응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회사의 미래를 위해 현재 여러 가능성을 놓고 조율 중"이라며 "아직 확정되거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