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 이후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서 놀랐습니다. 하루에도 한 두번 이상은 꼭 증권사나 기관에서 탐방을 오는 것 같아요."

전찬웅 조이맥스 대표이사(42ㆍ사진)는 1997년에 조이맥스를 설립한 개발자 출신의 창업자다.

지난 6월3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조이맥스는 상장 초부터 극단을 오간 주가 때문에 호된 신고식을 치뤘다.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게임업체라는 기대감에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배인 11만원에 형성됐으나 개장 직후 급락해 하한가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했지만, 최근에는 공모가인 5만5000원을 지지선 삼아 바닥에서 탈출하는 중이다.

전 대표는 투자자들이 조이맥스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며 입을 열었다.

◆ GDS는 뭐가 다른가

조이맥스는 국내 게임업체 중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업체다. 글로벌직접서비스(GDS)를 성공시킨 거의 유일한 게임업체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관심도 높지만 오해도 많다.

GDS 방식은 쉽게 말해 구글 같은 글로벌 포털 사이트와 비슷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서버는 한국에 있지만 전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 접속만 가능하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는 라이센스 서비스 방식을 사용한다. 해외 자회사나 현지 업체를 통해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마케팅, 서버관리, 회원모집 등을 일임한다. 대신 해외 매출의 15~30% 정도가 로열티로 들어온다.

반면 GDS는 해외 진출시 필요한 복잡한 절차나 개발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다. 마케팅 아웃소싱 업체나 결제대행업체 등에 대한 수수료를 제외하면 70~80%를 고스란히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

또한 비일비재한 현지 퍼블리셔와의 커뮤니케이션 장애나 법적인 분쟁 사례, 매출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사태들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

조이맥스의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실크로드 온라인'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GDS가 이렇게 좋은 거면 왜 다른 게임업체들은 직접 진출을 안 했느냐고 많이 물어보시더군요. 쉽게 가능한 일이면 우리만 성공하지 않았겠죠. 기술적·마케팅적인 문제가 중요합니다."

전 대표는 전 세계에서 사용자들을 안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서버 기술과 유료 아이템 판매를 위한 전 세계 유통망, 문화적 차이를 커버하는 게임운용 능력이 종합적으로 갖춰졌기에 조이맥스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매니아성이 강한 환타지나 SF가 아니라 '실크로드'라는 역사적인 소재를 게임의 세계관으로 녹여낸 점이 세계적인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평했다.

신흥국 사용자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낮은 사양과 모든 연령대를 고려해서 수위를 낮춘 연출도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먹히는 이유다.

매출의 95%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는 조이맥스는 이미 글로벌 회사나 다름없다.

현재 전세계 180여개국에 진출해 회원가입수만 2000만명이 넘는다.

'게임마스터'로 불리는 게임운영자들은 전 세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언어능력이 필수다. 그래서 필리핀에 고객센터를 두고 운영을 맡아 하고 있다.

전반적인 게임 모니터링은 미국 지사에서 현지 직원들이 체크하며, 유럽시장에서는 게임 내 선불카드 개념인 E-Pin 카드 총판업체들이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수집한다.


전 대표는 "각국 사용자들이 한 서버에 모여 게임을 하다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들도 많다"고 전했다.

가장 민감한 것은 종교 문제. 실크로드의 사용자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 북미이며, 그 다음이 독일, 이집트, 터키의 순이다.

"조이맥스가 실크로드에서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벌이자 이슬람계 사용자들이 왜 기독교만 우대하냐며 불평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8월에는 이슬람교 축일인 '라마단 이벤트'를 열 계획이죠."

◆ 왜 중국에 진출하지 않나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이 게임계에서 이슈가 되다보니 중국시장 비중이 적은 조이맥스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이맥스의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0% 미만이다.

전 대표는 "왜 중국시장에 더 투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세계가 넓은데 굳이 레드오션 시장인 중국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것도 조이맥스가 GDS 방식으로 꾸려나가고 있기에 가능한 대답이다.

라이선스 방식으로 해외진출을 하려면 그 나라에 맞는 게임 버전을 새로 개발하고, 현지 퍼블리셔(유통업체)를 찾는 등 만만치 않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시장 규모가 작은 나라에는 일일이 진출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GDS로 진출을 하면 현지에서 회원관리나 마케팅을 일임하는 업체만 선정하면 되기 때문에 훨씬 품이 덜 든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시장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 국내업체를 포함해 수많은 중국업체들까지 몰려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장점을 살려 다른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 동유럽과 중동, 중남미, 동남아 지역이다.

가격이 저렴한 넷북이 활발히 보급되고 있고, 초고속인터넷이 인터넷카페를 중심으로 2~3년 동안 빠르게 확산돼 온라인게임 인구도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중국과 똑같은 전철을 지금 이들 지역도 밟고 있어요. 3~4년 더 지나면 지금의 중국처럼 떠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땐 게임시장의 패러다임이 이쪽으로 넘어오겠죠."

◆ 실크로드 온라인 외에 신작은 없나

조이맥스의 대표작인 실크로드 온라인은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이다. 지금도 활발히 해외에 진출하고는 있지만 너무 오래 '우려먹은' 게임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가 중국 같은 어느 한 나라에만 집중했다면 그 소리가 맞다. 하지만 실크로드 온라인은 무려 180여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이제 한참 크고 있는 신흥국 시장에서는 아직도 새로운 게임이다"라고 단언했다.

지금까지는 영어로만 서비스해왔지만 하반기에는 다국어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일단 사용자가 많은 독일어, 아랍어, 터키어 서비스부터 시작한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젊은층도 공략하기 위해서다.

하반기에는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캐쥬얼게임인 '범피크러쉬 온라인'의 상용화도 예정돼 있다.

2010년 상반기에는 '가드업 온라인'을 서비스할 계획이며, 2011년 중에는 드디어 '실크로드 온라인2'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전 대표는 "직접 개발뿐만 아니라 퍼블리싱도 강화한다는 전략으로 연내 국내 외 3개 타이틀을 발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발굴한 국내 타이틀로는 유티플러스의 '마스터크로니클'과 FM스튜디오가 개발중인 웹 게임 '로드워'가 있다. 모두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조이맥스의 GDS를 통해 전 세계에 서비스할 계획이다.

전 대표는 "샨다 등 중국업체들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해 확보한 엄청난 자금력으로 동남아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세계 시장에서 중국업체와 맞서려면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상장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모 자금으로 글로벌 서버 증설과 퍼블리싱 소싱 비용에 투자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경영행보를 펼쳐가겠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