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식시장이 완연하게 회복된 데 따라 상장사들이 상반기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 규모가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증권 발행액이 작년 상반기보다 500% 넘게 급증, 유력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부상했다.

또 시중 부동자금이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탓에 100조원 이상의 뭉칫돈이 공모주 등 주식과 채권 청약시장에 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 상장기업들이 증시에서 조달한 금액이 4조5309억원으로 작년 상반기(2조3812억원)보다 90.2% 증가했다고 29일 밝혔다.

특히 CB와 BW 등 주식연계증권으로 조달한 금액은 1조62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46%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반공모를 통한 유상증자 규모도 3092억원에서 1조6048억원으로 419% 증가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공모금액은 5002억원(29건)으로 18.4%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에는 금융시장이 얼어붙어 증시가 기업들의 자금 조달처로 기능을 못 했지만 올 들어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서 발행시장의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증시가 살아나자 시중 부동자금이 대거 증시로 몰렸다. 상반기 IPO 시장에만 20조7000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려 전년 동기 대비 191%나 늘었다. 상반기까지 청약을 완료한 29개 기업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375.2 대 1이었다. 코스닥기업인 어보브반도체의 청약 경쟁률은 1721.4 대 1, 흥국은 1394.4 대 1에 달하는 등 1000 대 1을 넘는 공모주 청약 경쟁이 속출하는 과열을 빚기도 했다.

BW와 CB 청약시장의 쏠림현상은 더 심했다. 상반기 22조4026억원의 청약금이 쏟아져 전년 동기보다 무려 8127%나 늘었다. 특히 기아자동차(8조원) 대우자동차판매(4조7340억원) 금호타이어(4조3200억원) 웅진홀딩스(1조6500억원) 등 대기업 BW 청약에 거액이 몰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기업 BW 청약에는 과열현상이 나타났지만 비우량기업의 청약에는 미달 사태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또 하이닉스의 두 차례 유상증자에 총 31조1000억원이 몰리는 등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에 34조6294억원이 유입됐다.

이에 따라 상반기 증시 청약자금만 총 77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공모 채권시장에 몰린 28조3664억원을 합하면 상반기에 주식과 채권시장에 몰린 돈은 106조원을 넘어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증가한 가운데 강세장이 이어져 단기 부동자금이 발행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