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순자산이 1조원을 웃도는 '공룡펀드'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펀드의 수익률은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치보다 낮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7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이 1조원을 넘는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 24일 기준 16개로 집계됐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코스피지수가 900선대로 주저앉았을 때(8개)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지만 증시가 워낙 많이 오른 데 힘입어 평가금액이 크게 불어난 덕분이다.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은 순자산이 2조9952억원까지 커졌고,'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 K-2클래스A'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1 A' '미래에셋디스커버리3 A' 등도 2조원을 넘었다.

해외 펀드로는 '신한BNPP봉쥬르차이나2'를 비롯한 7개 주식형펀드와 '미래에셋인사이트1 A' 등의 순자산이 1조원을 웃돌고 있다. 이들 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쑥쑥 불어나고 있지만 올 수익률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로인이 투자원금(설정액)이 1조원을 넘는 국내 16개 주식형펀드들의 수익률(단순평균)을 조사한 결과 1 · 3 · 6개월은 물론 1년 수익률까지 국내 주식형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수익률은 1.16%포인트 뒤처지고 있으며 연초 이후 수익률도 1.94%포인트 낮다. 특히 '공룡펀드'들의 주된 편입 대상인 대형주들이 초강세를 보였던 지난 1개월 수익률도 평균치에 0.86%포인트 뒤진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평균치(33.12%)보다 높은 펀드는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과 '미래에셋디스커버리4 A''미래에셋3억만들기인디펜던스K-1''한국밸류10년투자1' 등 4개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공룡펀드'는 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연초 조정이 예상됐던 시장이 지난 3월 이후 유동성랠리를 보였고 이후 잠시 쉬다 다시 오르는 등 변동성이 컸던 점도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오대정 대우증권 WM리서치팀장은 "올해는 녹색테마처럼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였는데 초대형 펀드는 이들을 편입해 봐야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적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펀드들이 시장 대비 큰 폭의 초과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수진 제로인 연구원은 "큰 규모의 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들은 높은 초과 수익보다는 시장 평균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