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6월 이후 공매도했던 종목을 갚기 위해 되사들이면서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지난주 후반부터 공격적으로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 비중이 크게 늘지 않고 있는 것은 이처럼 빌린 주식을 되갚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연일 고점을 경신하며 재차 랠리를 펼치고 있어 외국인의 '쇼트커버링(공매도 물량을 상환하기 위한 주식 매수)'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올 들어 15조원 순매수

외국인은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164억원을 순매수하며 6일 연속 '사자' 우위를 이어갔다. 이 기간에 사들인 주식만 2조4196억원에 달한다. 이로써 외국인의 올해 순매수 금액은 15조원을 넘어섰다.

단기간에 이루어진 공격적인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 14일 30%를 넘어선 이후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외국인이 매수한 주식으로 지난 6월 이후 공매도를 위해 빌렸던 주식을 다시 갚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급등으로 외국인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공매도 물량을 청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될 때마다 대차 잔량이 급감하고 있는 점이 그 증거"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외국인의 공매도가 허용된 이후 4억2000만주를 넘어섰던 유가증권시장의 대차 잔량은 이달 들어 꾸준히 감소해 현재 3억7900만주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주식 대차와 함께 급증했던 공매도 거래량 역시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 5월 하루 평균 20만~30만주에 불과했던 공매도 거래량은 지난 8일 290만주를 정점으로 연일 감소하고 있다.

하루 거래대금에서 공매도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이달 초 2.47%까지 치솟았지만 전날 1.12%로 떨어졌다. 외국인이 더 이상 공매도를 늘리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에 공매도를 위해 늘렸던 주식 대차 물량을 줄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추가 상승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외국인은 기존에 공매도해 놨던 주식을 다시 사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특히 최근의 주가 강세가 실적 호조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매수 강도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쇼트커버링' 수혜 종목은

외국인이 '쇼트커버링'에 나서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이후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 중 최근 대차 잔액이 감소하고 있는 종목은 코스피지수 대비 초과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외국인이 매수세를 강화한 지난 15일 이후 대차 잔액이 1500억원가량 줄어든 가운데 주가가 8.2% 급등했다. LG전자 역시 같은 기간 대차 잔액이 1조1574억원으로 748억원 감소하면서 4%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전기와 현대차는 시가총액 대비 대차 잔액 비중이 각각 2.83%와 3.69%에서 2.35%,3.17%로 낮아진 가운데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승재 연구원은 "최근 1주일 새 대차 잔액이 급감하며 외국인의 '쇼트커버링'이 본격화된 것으로 판단되는 종목들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수 대비 초과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며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판단했다. 대표적인 종목으로 GS건설과 대우증권 LG전자 등을 꼽았고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 대차 잔액 비중이 높았던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 등도 눈여겨 볼 것을 조언했다.

이와 관련,키움증권은 "최근 거래량에서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 역시 외국인이 대량으로 매수에 나설 경우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SK에너지와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인터내셔널 등을 관심 대상으로 꼽았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지난달 이후 시가총액 대비 누적 공매도 비중이 6.23%에 달하고 SK에너지와 에쓰오일 호남석유 등 정유 및 화학 관련주들의 누적 공매도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