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사흘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뜨거운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승자'로 부상하고 있는 현대 · 기아차의 후광에 힘입어 자동차 모듈(부품 덩어리)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다 애프터서비스(AS) 부문에서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대오토넷 합병으로 주식 물량이 확대되는데 대한 우려보다는 전장부품 사업의 성장성이 커질 것이란 평가가 힘을 얻으면서 주가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매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고위 관계자는 "올해 2000억원을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해 자동차산업 최대 화두인 친환경 차량 · 전장 부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사업부문이 강력한 현금 창출 능력을 갖고 있는 가운데 전장 · 하이브리드차 부품 사업이 신성장동력으로 가세함에 따라 이 회사 주가는 앞으로 새로운 기록을 계속 만들어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금융위기 속 매출 호조

현대모비스 주가는 22일 2.04% 올라 12만5000원에 달했지만 10년 전만 해도 자동차(갤로퍼)에 전동차,컨테이너까지 생산하던 회사(옛 현대정공)로 8000원대에 불과했다. 이후 구조조정의 시련을 겪고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하면서 경영실적이 눈에 띄게 호전돼 주가는 'N자'형을 그리며 15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영업이익은 2007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지난해에도 1조186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현대 · 기아차 판매가 늘면 모듈 매출이 증가하고,경기침체 상황에서 자동차를 고쳐 타는 사람이 늘면서 AS부문이 실적을 보완하는 안정적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지난 1분기 현대 · 기아차의 부진에도 불구,현대모비스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3524억원)를 기록하는 '깜짝 실적'을 낸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올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달 27일 또는 28일에 발표될 2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도 실적 발표일이 다가오면서 올라가는 추세다. 1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지난 4월만 해도 3220억원에 그쳤지만 6월 중순엔 3401억원,지난 15일엔 3442억원으로 높아졌고 지금은 346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분기(3524억원)보다 다소 줄어든 수준이다. 원 · 달러 환율이 1분기보다 낮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2분기 매출은 2조4879억원으로 1분기보다 20%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매출은 3분기에 다소 주춤해지다 4분기에는 2분기 수준으로 다시 올라올 것이란 전망이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 · 기아차의 글로벌시장 자동차 판매가 회복된다는 것은 현대모비스의 모듈 판매 증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오토넷과 합병으로 지난 16일 추가 상장된 975만주에 대한 물량 부담은 하루 조정에 그쳤다"며 "오히려 합병 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모비스는 최근 한 달여 만에 25%나 뛰었지만 아직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에 그쳐 15배인 현대차와 기아차에 비해 낮아 그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 성장성 뛰어나

기존 모듈과 AS부문의 견조한 성장에다 현대오토넷 합병을 통한 전장사업 확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다. 기술력을 갖춘 현대오토넷과 R&D 투자 여력이 있는 현대모비스 간 합병이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란 분석이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정보통신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인포테인먼트 계통 중심의 전장부품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현대차 그룹 3사 중 가장 우수한 장기 성장 매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차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와 통합패키지모듈(IPM) 사업 추진도 성장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아반떼LPi와 포르테 하이브리드차에 장착을 시작으로 적용 차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최대식 연구위원은 "현대 · 기아차가 2018년 50만대 하이브리드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향후 하이브리드 전용부품에서만 연간 20억달러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 · 기아차 매출 의존도를 낮춰줄 부품 직수출 확대도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고태봉 연구위원은 "미국 델파이나 비스티온, 덴소 등의 해외 부품사의 경영난은 현대모비스 직수출 기회를 확대시켜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크라이슬러와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BMW와 폭스바겐과도 모듈 납품 계약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일부 위험 요인은 있다. 원 · 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더 떨어질 경우 외형이나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노사분규 문제도 복병이다. 하지만 고태봉 연구위원은 "장기 파업 등의 우려는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