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호전...복병 남아

관심을 모았던 미국 주요기업들의 2.4분기 어닝시즌에서 초반부터 금융권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 추세가 나타나면서 경기침체의 먹구름이 걷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분기는 주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하면서 금융권의 실적도 개선됐고 주택과 금융시장 등 실업을 제외한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 추세를 보였기 때문에 이런 호조세가 실물부문으로 이어져 기업들의 '성적'에도 완연한 봄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17일 미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2.4분기 실적을 처음으로 발표하면서 어닝시즌의 문을 연 알코아는 3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지만 이후 발표된 업체들의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넘어서거나 작년보다 크게 개선된 양상을 보였다.

알코아는 2분기에 4억5천400만달러(주당 47센트)의 손실을 내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순이익 5억4천600만달러(주당 66센트)보다 크게 악화된 것이만, 구조조정 비용 등을 제외한 손실규모는 주당 26센트로 낮아져 전문가들의 손실 예상치인 주당 38센트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이어 실적을 발표한 골드만삭스는 2분기 순익이 34억4천만달러(주당 4.93달러)에 달해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의 20억5천만달러(주당 4.58달러)보다 많은 것이자 톰슨로이터가 집계한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주당 3.54달러도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정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따른 구제금융 상환금을 제외한 경우 주당 순이익은 5.71달러에 달했다.

JP모건체이스도 순이익 규모가 27억2천만달러에 달해 작년 동기의 20억달러보다 36% 증가했다.

이날 실적을 내놓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분기 순익이 32억2천만달러(주당 33센트)로 작년 같은 기간의 34억1천만달러(주당 72센트)보다 5.5% 감소했지만 전문가 예상치인 주당 29센트는 넘었다.

씨티그룹은 스미스바니 지분 매각의 덕택에 2분기 순익이 42억8천만달러(주당 49센트)에 달해 1년전 같은 기간의 25억달러 손실(주당 55센트)보다 크게 개선됐다.

금융권뿐 아니라 인텔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기대이상의 실적을 내놓으면서 IT관련주들의 주가를 끌어올렸고 이어 발표된 구글의 실적에서도 순익이 작년보다 19%나 증가하면서 예상치를 넘어서는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넘어서자 금융시장에서는 그동안 나타났던 주가 상승과 금융시장의 안정, 경제지표의 호전 추세가 기업들의 실적으로까지 확산돼 완연한 경기 회복의 조짐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주가는 물론 주택시장까지 대부분 경제지표가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경제전문가들도 경기가 하반기나 내년부터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를 확인하려면 앞으로 남아있는 기업들의 실적을 지켜봐야 하는데다, 순익규모가 예상치는 넘었지만 여전히 작년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해 아직 `장밋빛' 실적을 즐기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다.

'깜짝 실적'을 기록한 씨티그룹의 경우만 해도 실적 호전이 스미스바니 지분 매각으로 인한 것이고, 이를 제외하면 아직 적자를 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아직은 불안한 부분들이 상당수 남아있다.

이에 대해 BoA의 케네스 루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도 세계 경제의 취약성과 실업률 상승, 신용경색 등으로 인한 어려운 도전들이 남아있으며, 이들이 내년까지 우리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