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기업가와 경영인은 종종 잘못된 선택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는다. 유능한 기술자를 고용하고, 특정한 시스템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주문 받은 상품이 제시간에 배달되도록 하거나 판매 시설을 모두 제자리에 갖춰놓는 일 등은 중요한 일이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고객으로 하여금 계산대 위에 돈을 올려놓도록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은퇴한 노인들로 형성된 실버 타운에서 떡볶이 가게나 스티커 포토샵을 차린다면 어떤 결과가 오겠는가? 유능한 경영인은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고객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하여, 그리고 (있다면) 성향과 구매력에 대하여 탁월한 예측가가 되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기업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제품(서비스)을 생산한다. 어떤 기업은 이미 기존의 제품이 있는 상황에서 고객에게 ‘팔기 위하여’ 더 예쁘거나 기능이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생산하고, 또 다른 기업은 고객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생산한다. 실리주의 형 기업들은 정태적 측면에서 고객을 개괄적으로 분석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특성을 지닌다. 반면 창조 형 기업은 고객의 구체적 필요에 선향적으로 응대함으로써, 동태적 개념의 수요를 창출해가는 기업이다.

이 두 유형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익 창출 패턴에서 나타난다. 전자인 실리주의 형(pragmatic type)의 경우, 시장 선점 효과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빠른 폭으로 이익이 증가한 후, 마찬가지로 빠른 (증가율의) 소멸 패턴을 보인다. 후자의 창조 형(innovative type) 기업의 이익 창출 패턴을 보면, 처음에는 느릿하고 답답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일정 수준의 임계점을 지나게 되면 점진적으로 가팔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실리주의 형 기업과는 달리, 이익 증가율의 소멸과정도 급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창조 형 기업들은 대부분 S자 유형의 로지스틱 곡선을 그리며 이익을 쌓아간다. 즉 누적적 이익 창출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림 참조).

이 두 유형은 서로 이익 창출 메커니즘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어떤 유형이 더 우수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모든 것에 대한 사람들의 효용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실리주의 형 기업을 교제 기간에는 뜨거운 열정으로 불타 오르다가 막상 결혼 후, 몇 년 만에 열정이 식어버리는 부부에게 비유할 수 있다면 창조 형 기업은 마치 중매로 만나서 뜨거운 감정은 전혀 없었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상대방을 더 알아가면서 신뢰와 정을 바탕으로 사랑의 탑을 쌓아가는 노부부에 비교할 수 있다. 논리적으로 냉정히 사고한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후자의 부부상이 더 이상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어떻게 되든 뜨겁게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말로는 후자의 부부상을 옹호한다 하더라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반대로 행동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따라서 판단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가치중립적인 원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미래를 바라보는 전향적 실체(實體)인 주가의 측면에서 볼 때 실리주의 형과 창조 형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논리적으로 주가란 투하자본(원본)을 가지고 투하자본의 수명에 걸쳐 창출한 총 주주가치(자본비용을 상회하는 이익의 합)와 투하자본의 잔존가치를 더한 총 합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값이다. 실리주의 형 기업은 투하자본이 소진되는 자본수명 종점에서 더 이상 양(+)의 주주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반면 창조 형 기업의 경우, 종점에서도 (비용을 상회하는) 초과이익()이 계속 상존하기 때문에 (자본수명이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가치의 끝을 알 수가 없다. 이는 옵션 공식에서 변동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면 클수록 옵션 가격은 상승하는 것과 동일한 개념으로서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는) 주가에 반영되어야 하는 요소이다. 노후나 자녀 교육을 대비하는 장기의 자산관리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종목으로는 어떤 유형이 좋을까? 많은 수의 창조 형 기업을 발굴하여 그 주식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임계점에서 매수하여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은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 이것보다 더 좋은 투자 전략은 그리 많지 않다.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창조 형 기업보다는 실리주의 형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 가치중립적인 시각에서 볼 때 실리주의 형이 창조 형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더 많은 위험요소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KOSPI는 물론이고 글로벌 경쟁기업인 삼성전자마저 엄청난 차이로 따돌리고 있는 대형주 중 최고의 스타, 하이닉스의 이익 창출 패턴을 보자.

하이닉스가 연초 이후 폭발적인 상승을 보인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주가가 정태적으로 워낙 많이 떨어졌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1월 말 자기자본의 29%에 불과했다. 거의 부도에 가까운 미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기에 대한 시각이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나면서 주가가 제자리를 찾게 되는 과정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주가가 급등한 현 수준에서의 해석은 달라져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하이닉스는 전형적인 실리주의 형 기업이다. 하이닉스의 경우에는 미래이익의 정점이 어느정도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옵션이론에 따른 높은 밸류에이션을 줄 수 있는 기업으로 볼 수 없다. 주가순자산배수(PBR)는 이미 연말 예상 기준으로 1.6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그림 3에서 구글의 영업이익 창출 패턴을 보자. 로지스틱 곡선을 그리며 전형적인 창조 형 기업의 이익 창출 패턴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 얼마만큼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리게 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2004년~2005년 임계점을 보인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급격한 증가 추세는 (아직까지) 떨어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구글이란 특정 회사는 고성장 산업을 이끄는 고성장 기업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익 창출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구(舊)경제 기업 중에도 창조 형 기업은 많다. 대표적 굴뚝기업인 3M은 구글의 경우처럼 아주 높은 옵션가치를 부여할 수는 없지만, (그림 1에서 볼 수 있는) 창조 형 기업 특유의 이익 유지 능력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동성이 무한대로 늘어날 것이 아니라면 향후 스마트머니 집단의 종목 선정 기준은 점점 더 선별적으로 추려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리 좋은 기업이 아니더라도 말도 안되게 낳은 가격에서 주식이 거래된다면 좋은 주식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좋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매우 비싸면 그리 좋은 주식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주가에 미치는 유동성의 직접적인 효과가 점차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우선은 펀더멘털에 주목하는 기본 틀을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전략은 좋은 기업을 먼저 찾은 후, 그 중에서 좋은 주식을 추리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펀더멘털이란 “다음 분기, 혹은 내년에 이익이 증가할 것이다”식의 단기적, 현상적 예측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래쪽으로는 주가 바닥이 보이지만 위쪽으로는 최고 수준의 이익 규모가 쉽게 예측되지 않는 창조적 기업의 속성,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분석이 요구되며 이 모든 과정을 짧은 글을 통해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하나의 ‘지름길’은 제시할 수 있을 듯싶다. 앞으로 자연적 수요가 늘어나게 될 성장 분야에서 3~5년 내로 ‘앞으로 꼭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생각되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곰곰이 생각해보라. 그리고 그 제품 또는 서비스를 어떤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지 파헤쳐보라. 기존의 결혼 정보회사 가입비의 십 분의 일 수준에 불과하지만 정교한 알고리듬 식 매칭으로 저렴하면서 동시에 성혼율도 높은 결혼 정보 서비스가 있다면 미혼의 젊은이들은 환영할 것이다. 어린 아동을 둔 부모는 항상 수시로 자녀가 어디에 있는지 추적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기가 있다면 당장 구입할 것이다. 병원 가서 우는 아이들을 볼 때 마다 나는 항상 생각한다. “찔러도 아프지 않은 주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모든 것은 향후 5년 안에 상용화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구글과 3M은 바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대표적인 창조 형 기업이다.

물론 국내에도 창조 형 기업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을 얼마나 찾을 수 있느냐는 성공 투자의 관건이다. 국제화 시대에서 국내시장의 우물 안 속에 자신을 가두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안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은 밖에서라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업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명탐정 셜록 홈즈가 (모든 사람이 지나쳐버리고 마는) 하찮은 단서에서 해결점을 찾아내듯이, 결정적 단서를 먼저 확보한 후 조합과 분해를 통해 실마리를 풀어 나아가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 성장 전략, 회계 원칙, 그리고 밸류에이션에 대한 이해가 있는 투자가에겐 이미 적지 않은 단서가 주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알프레드 박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글로벌운용담당이사 겸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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