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원 · 달러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한 덕분에 2분기 환변동 파생상품 거래에서 이익을 냈다고 공시한 첫 상장사가 등장했다.

지난 5월 중순까지만 해도 줄을 잇던 파생상품거래손실발생 공시도 지난달부터 자취를 감춘 상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환율이 더 낮아질 경우 지난해 말과 올 1분기 통화옵션파생상품인 '키코'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던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본격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대창공업은 2분기 통화옵션 · 선물 등 파생상품거래에서 107억원의 이익(평가이익 포함)을 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반기 파생상품 관련 손익은 26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대창공업은 지난해 350억원,올 1분기 80억여원의 관련 손실을 냈다.

이 같은 상황은 원 · 달러 환율이 3월 초 1573원60전으로 연중 고점에 오른 뒤 안정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3월 말 1377원10전이던 환율은 6월 말 1284원70전으로 한 분기 동안 거의 100원 가까이 떨어졌다.

대창공업은 황동과 구리를 섞어 금속밸브나 이음새의 소재로 사용되는 황동바를 생산하는 업체다. 매출의 약 40%를 수출이 차지한다. 2007년 환율이 계속 하락(원화가치 강세)하면서 실적이 악화되자 환변동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통화옵션상품에 가입했는데 작년에는 반대로 급격한 환율급등이 이어져 피해가 컸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1분기 모두 당기순손실(적자)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창공업 측은 "환변동 상품으로 더 이상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생상품 손실 규모 축소나 평가이익 실현은 다른 기업들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인쇄회로기판 업체인 대덕GDS와 자동차 부품사 동양기전이 각각 100억원가량의 손실 축소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건설 · 운송장비 제조사 수산중공업은 1분기에 입은 43억원가량의 파생상품 손실 중 27억원의 평가손실은 대부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1년까지 키코 잔액이 5850만달러 남아 있는 광학필름 업체 미래나노텍은 50억원가량의 2분기 평가이익을 예상함에 따라 순이익이 영업이익을 능가할 전망이다. 무선데이터 카드 업체 씨모텍도 당초 72억원으로 추정했던 2분기 파생상품 손실 규모를 12억원까지 줄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거래이익은 확정이익이지만 '평가이익'은 실제로 현금이 유입되는 것은 아니고 장부상 손실 규모가 줄어드는 개념"이라며 "그러나 분기 당기손익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난해 피해기업의 재무건전성 향상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올초 사이 환율이 고점을 찍을 동안 파생상품 신규 계약을 체결한 기업의 경우 거래이익도 내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