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IT(정보기술)주 중에서도 '3분기 턴어라운드 유망주'로 꼽힌다.

개인투자자들의 선호종목으로 주주 수가 40만명에 달해 'IT의 국민주'로 불리는 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데 이어 3분기엔 2007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영업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채권단(주주협의회)이 추진 중인 매각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하이닉스 매각주관사 고위 관계자는 15일 "매각가격 산정을 위한 실사를 마치는 등 매각준비가 끝났다"며 "연내 매각을 목표로 매수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 지분 28.1% 가운데 절반 정도만 인수해도 경영권 행사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매수자 입장에서 인수대금 부담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정기업 한 곳이 모두 인수하기 어려우면 여러 회사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수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호재들이 맞물려 하이닉스 주가는 탄력을 받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이달 들어서만 주가는 13.5% 뛰었다.

◆D램 반도체에 강점

증권정보제공 업체인 와이즈에프엔이 집계한 증권사들의 실적전망치 컨센서스(본사기준)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2분기 219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3분기엔 712억원 영업흑자로 돌아서고,4분기엔 영업이익이 1465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시장의 전망에 대해 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민철 전무는 "2분기 실적은 시장에서 예상하는 수준이 되겠지만 3분기엔 D램 판매가격이 지금보다 크게 하락하지 않는 한 영업흑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오는 2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실적 턴어라운드의 일등공신으론 'DDR3 D램 반도체'가 꼽힌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DDR2에서 DDR3로 주력 제품을 바꿔가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어 수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DDR3를 60나노미터(㎚ ·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상으로 만들면 수익성이 떨어지는데,50나노 공정으로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뿐이라는 설명이다.

송 연구원은 "하이닉스는 연말까지 DDR3의 비중을 전체 D램의 40%로 높이고,해외 업체들에 비해 6개월~1년 이상 빠른 내년 상반기에 DDR3를 주력제품으로 만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주요 고객사들의 DDR3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반기 D램 수요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하이닉스 실적에 청신호다. 대우증권은 글로벌시장 조사회사인 IDC의 자료를 인용,전세계 PC 출하 대수가 2분기 6700만대에서 3분기 7400만대,4분기 7800만대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D램이 전체 실적의 80%를 차지하는 하이닉스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진단했다.

◆낸드플래시는 '아킬레스 건'

D램이 효자인 데 반해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하이닉스의 '아킬레스 건'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분기 낸드플래시 영업이익률이 20% 정도로 추정되지만,하이닉스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장기적으로 D램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는 데 반해 낸드플래시는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으로 수요처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부문에서 하이닉스의 취약한 경쟁력은 주가에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전무는 "낸드플래시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시장에선 채권단이 최대주주여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는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는 현금흐름 한도에서 투자하면서 살아남아야 하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경영 환경이 쉽지 않지만 하이닉스가 '헝그리 복서'와 같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기대도 있다.

송명섭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비해 항상 투자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D램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헝그리 복서'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적 턴어라운드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민철 전무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지만,기술직 등에서도 이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직원들 사이에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