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 · 자동차주에 이어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주에 순환매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사를 포함한 은행주는 2분기를 바닥으로 수익성이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예상에다 가격 메리트도 부각돼 증시의 추가 상승동력을 제공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코스피, 은행주 강세에 장중 올 최고치

코스피지수는 9일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에는 올해 최고 수준인 1443.81까지 오르며 박스권 상단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삼성전자가 나흘 만에 하락세로 반전하고 LG전자(-1.14%) 삼성전기(-0.15%) 등 주요 IT주들이 쉬어가는 양상을 보였지만 KB금융(3.39%) 신한지주(0.46%) 우리금융(2.64%) 등 주요 은행주들이 동반 상승하며 IT주의 빈자리를 메웠다. 삼성증권이 6만9700원으로 2.80% 오르는 등 주요 증권주들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IT와 자동차주들의 선전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박스권 상단 돌파와 추가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후발업종의 출현이 필요하다"면서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주들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증권업종의 경우 거래량이 다시 늘어나면 선제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은행들은 3분기 이후 수익성 개선 폭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의 2분기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보이나 3분기엔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돼 현 수준에서 추가 상승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상반기 대출금리 하락에 이어 하반기엔 수신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만기도래하는 고금리 은행채들을 낮은 금리로 재발행할 수 있어 비용 부담도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IT업종과 비슷한 수준의 시가총액 비중이나 지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업종은 사실상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종이 유일하다"면서 "지금도 IT와 자동차의 상승탄력이 떨어질 땐 은행과 보험 등에 순환매성 '사자'가 유입되며 지수 흐름을 떠받치는 움직임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관 선취매 나서 주목

외국인들이 IT주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기관투자가들은 IT주와 함께 은행주의 비중을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이날 기관은 전기전자업종에 대해 755억원 매도 우위를 보인 반면 금융주(317억원)에 대해서는 사흘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도 하이닉스 등 일부 IT주를 제외하면 KB금융(1245억원) 우리금융(1046억원) 신한지주(522억원) 하나금융지주(338억원) 등 대부분이 은행주들이다.

최인호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실적 호전은 물론 인수합병(M&A) 이슈 등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요인이 많은데다 IT나 자동차에 비해 주가 상승폭이 덜하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IT주를 차익실현하고 은행주로 옮겨타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 팀장은 "IT주들은 가격 부담이 느껴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은행주의 편입비중이 낮아 기관들의 은행주 매입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자금여력이 부족한 기관들이 IT와 은행주를 동시 매수하기보다는 순환매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T와 자동차 그리고 은행주들이 한꺼번에 시세를 분출하면 지수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내수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구소비재와 유통 등의 내수주들도 올라갈 힘이 부족한 증시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