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증시에 '단비'를 뿌렸다. 잠정치지만 예상보다 일찍 공개한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1조원 가까이 웃돌아 본격적인 '실적랠리'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정보기술(IT)주들의 실적도 좋을 것으로 예상돼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을 넘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측면이 강한 데다 3분기 이익 성장률 둔화 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해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 일부 업종이나 종목별로 '그들만의 축제'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52주 신고가 경신

삼성전자는 6일 5.49% 급등한 63만4000원으로 거래를 마쳐 작년 7월1일(63만6000원)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당초 1조6000억~1조7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됐던 2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2조원을 넘었다는 회사 측 발표에 CLSA와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창구로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

LG전자(3.80%)와 삼성이미징(4.68%) LG디스플레이(0.89%) 하이닉스(0.67%) 등 다른 IT주로도 매수세가 확산되면서 전기전자업종지수가 3.94% 올라 주요 업종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IT주를 각각 1048억원과 1246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인탑스(6.09%) 파트론(2.07%) 등 삼성전자의 휴대폰 판매 호조로 수혜가 예상되는 부품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금호전기 한솔LCD 우리이티아이 등 액정표시장치(LCD) 관련주들은 패널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4~6% 급등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휴대폰과 TV 등 세트부문의 실적 개선 효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 · 달러 환율이 1200원대 후반에서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는 데다 반도체와 LCD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어 3분기에도 '깜짝 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부품업체 역시 '삼성전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IT주들이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초반 약보합에 머물렀던 코스피지수도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다. 외국인 매수가 지속된 가운데 기관투자가들이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도 매수 우위로 힘을 보태면서 지수는 한때 1434.31까지 치솟으며 지난 5월20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1435.70)에 바짝 다가섰다.

◆서머랠리 기대 커져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 발표로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코스피지수의 박스권 상단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실적을 앞당겨서 발표할 정도로 좋았다는 점에서 이번 '어닝시즌(실적 발표 기간)'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가 선진국 증시와는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다 그간 불거진 악재에도 크게 밀리지 않고 버텼다는 점에서 실적 호조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효과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팀장은 "코스피지수는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는 8월 중반까지는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 기간에 1500선 돌파 시도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이미 지수가 전 고점 근처까지 올라온 만큼 IT주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는 이달 중순까지는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삼성전자가 미리 축포를 터트린 만큼 향후 발표되는 기업실적의 증시 영향력이 희석될 수 있는 데다 이익의 연속성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게 이유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는 국면이 아닌 데다 업종별,종목별로 명암이 엇갈리면서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반감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화증권은 "2분기 실적과 함께 3분기 실적 전망도 함께 좋아지는 종목으로 투자 대상을 압축할 필요가 있다"며 LG디스플레이와 하이닉스 포스코 한국전력 CJCGV 등을 대표 종목으로 추천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