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07월 02일 11시 30분 이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하반기부터 법제화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포이즌 필(Poison Pill)'은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전략의 일종이다.

M&A가 활발했던 1980~1990년대 유행했던 포이즌 필은 넓은 의미로 기업의 적대적 M&A 시도에 맞서 임금인상 등의 수단으로 매수 비용을 높여 상대방의 매수 시도를 포기하게 하는 경영권 방어전략을 뜻한다.

최근에는 적대적 방법으로 기업이 매수되면 기존 경영진에 거액의 퇴직금이나 저가의 주식매입권을 주도록 하는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s)'의 의미로도 쓰인다.

정부가 추진을 검토하는 방안은 적대적 세력이 특정 기업의 지분을 높일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콜옵션을 기존 주주에게 부여하는 방안이다.

즉 기존 주주가 저가로 신주를 사들임에 따라 그만큼 기업의 주식수가 증가하게 되면 적대 세력의 지분율이 떨어져 지배권이 약화된다.

미국에서 최초의 포이즌 필은 1983년 레녹스(LONOX)사의 사례로 알려졌다.

레녹스사는 우선주 1주를 보통주 40주로 전환할 수 있는 의결권이 없는 전환 우선주를 발행했는데, 레녹스사가 다른 회사에 합병되면 인수회사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적대 세력의 지분을 희석시키게 했다.

국내에서는 소버린과 SK, 아이칸과 KT&G간 경영권 다툼을 겪으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재계에서 포이즌 필 도입 요구가 제기돼왔다.

외환위기 이후 M&A 활성화 차원에서 적대적 기업 매수행위 규제가 완화됐으나 기업들의 방어행위에 대한 규제는 여전해 경영권을 두고 공격자와 방어자간 불공정한 경쟁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재계는 이에 따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의결권이 보장되지 않는 자사주 매입 외에 다른 방어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포이즌 필 도입을 촉구했다.

하지만 지배주주가 계열사들을 이용해 실제 자신의 보유 지분보다 훨씬 많은 지배권을 행사는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포이즌 필 도입이 자칫 재벌 총수일가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