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의 매수세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그동안 증시가 조정을 보이면서 주식형펀드의 차익성 환매가 주춤해져 펀드자금이 5일째 순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수익을 올릴 기회를 놓친 연기금들이 하반기부터 자금 집행에 나설 태세여서 투신권의 매수 여력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24일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오름세로 반전,1360선을 지켰다. 지수 흐름을 돌려 놓은 주역은 투신권이었다.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들은 펀드의 주식 비중이 높은 상황이긴 하지만 환매가 없다면 주식을 팔 이유는 없다며 1400선 아래서는 환매가 줄어들고 있어 '사자'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바닥권 수준이어서 현 · 선물 간 가격차인 시장베이시스가 개선되면 프로그램 차익 매수도 기대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1400 아래서 펀드 환매 확 줄어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는 1400선이 무너진 지난 16일 이후 23일까지 6일 연속 자금이 들어왔다. 이 기간 순유입 규모는 1079억원에 달한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환매로 4월 3400억원에 이어 5월 9600억원,이달 들어 15일까지도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코스피지수가 1400선 아래로 밀려난 시점부터는 환매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특히 올 들어 수익률이 좋은 운용사 대표 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자금 유입 상위 10개 펀드에 '한국투자내비게이터''KB신광개토''한국투자삼성그룹''신영마라톤''미래에셋드림타겟'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올해 수익률이 30%를 넘어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26.56%)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1400선 아래서는 환매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며 "주식형펀드 내 주식 편입 비중은 높지만 이를 더 줄여야 할 정도로 시장 전망이 나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주식 편입 비율은 92.67%로, 2004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펀드 내 자금 흐름 변화는 투신의 순매수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하루평균 22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던 투신은 지난 18일 253억원어치를 사들인 데 이어 22일과 이날도 각각 1402억원,4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근 시장베이시스 악화에 따른 프로그램차익거래까지 감안하면 15일 이후 8일째 '사자' 우위에 선 모습이다.

김기봉 유진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환매에 대비해 현금 비중을 늘릴 필요가 없어지자 매수 여력이 있는 운용사를 중심으로 낙폭이 큰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기간조정이 좀 더 이어질 수 있지만 경기 회복 기대감이 경기 관련 지표로 확인되면 시장이 재차 반등할 걸로 본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순매수 수혜는 시총상위주

이달 들어 연일 쏟아지고 있는 프로그램 매물이 서서히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섣부른 매수세 전환을 기대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잦아들어 베이시스가 개선될 경우 지금까지와 반대로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의 주가 상승폭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5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매도차익 잔액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최근 프로그램 매도의 배경이 되고 있는 인덱스펀드의 스위칭 매매(선물 매수 · 현물 매도)는 거의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보험이나 사모펀드 연기금 등 보수적인 장기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차익거래에 가세하고 있지만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 매도 포지션은 언젠가 청산돼야 하는 물량"이라면서 "175선에 머물고 있는 코스피200지수가 170선 근처까지 추가 하락할 경우 차익 실현을 위해 선물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국인이 선물을 매도한 지수대를 감안할 때 증시가 반등할 경우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어느 쪽이든 지수의 방향성이 결정되면 외국인은 선물을 다시 사들일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이 매수 우위로 돌아설 경우 선물가격이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싸진 현물(주식)을 사들이는 매수차익거래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매도차익거래의 청산과 신규 매수 물량 등을 감안할 때 유입될 수 있는 프로그램 매수 규모는 최대 4조원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대량의 프로그램 '사자'는 코스피200 종목들의 초과 수익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특히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 비중이 적어 상승 탄력이 상대적으로 큰 현대상선 롯데제과 에쓰오일 삼성전자 등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서정환/강지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