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악재'에 따른 충격으로 외국인의 매수 기조가 흔들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65억원을 팔아치우고,코스피200지수 선물을 8546억원 순매도해 1조원 이상의 매도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일회성 매도'라는 평가와 '위험 자산 기피'가 본격화될 조짐이라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반짝 매도'에 그칠 것이란 쪽에선 세계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외엔 특별히 악재가 불거진 게 없기 때문에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돌아설 이유가 아직 없다고 주장한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뉴욕증시가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로 빠졌지만,아직까지는 '예상'일 뿐"이라며 "외국인 매도세가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2분기와 3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주목할 만한 개선세를 보일 전망인 데다 현재 외국인의 한국 증시 투자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에 한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팔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외국인의 주문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임경근 ABN암로증권 상무는 "롱텀펀드에서 나온 '팔자' 주문은 미미했다"며 "시장의 흐름에 따라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를 통해 단기적으로 매매하는 일부 해외 펀드들이 주문을 많이 냈다"고 전했다. 임 상무는 "거래가 부진하다 보니 이들의 매도가 지수를 많이 끌어내렸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이날 외국인 매도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란 지적도 제기됐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단기 매매에 치중하는 외국인이 이날 매도를 주도했을 수도 있지만,그렇다고 일회성 이벤트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업률 등을 감안하면 미국의 'V'자형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이로 인해 글로벌 경기 회복도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국인이 주식 등 위험 자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다시 벌어지는 초기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최근 주가 상승폭과 실물경기 회복 속도 간에 차이가 벌어지자 외국인이 '유동성 장세'가 제 역할을 다했다는 판단으로 매수 기조를 바꿀 태세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에서 추가로 호재는 나오지 않고 미국에서 안 좋은 뉴스가 나오자 외국인이 이익 실현을 시도하고 있다"며 "2분기 실적 개선 기대도 이미 너무 커져 실제로 결과가 좋게 나오더라도 '본전'에 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외국인 매매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관이 '윈도 드레싱'(분기 말 수익률 관리)을 통해 수급에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최근 기관 순매수 종목 가운데 종가가 하루평균 주가를 넘어서 장 막판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LG파워콤 SK텔레콤 현대해상 한미약품 한국전력 태광산업 STX엔진 LG데이콤 한진중공업 등을 윈도 드레싱 예상 종목으로 꼽았다.

이 증권사 이경수 투자분석팀장은 "상반기를 마감하는 이달 말에 기관이 수익률 관리에 나서 관련 종목 주가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최근엔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이 4조원대에 머물 정도로 거래가 부진해 윈도 드레싱 효과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도 윈도 드레싱으로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가 2006년 이후 분기별 기관 매매를 분석한 결과,최종거래일까지 5일간 기관은 직전 5일 동안에 비해 순매수 규모가 많았거나 매도 우위에서 매수 우위로 전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기간 윈도 드레싱 효과가 두드러졌던 종목은 삼성정밀화학 대웅제약 삼성SDI 롯데칠성 빙그레 신세계 세아제강 남해화학 등이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