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션(주가수준)에 대한 부담이 증시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보면 여전히 비싸지 않다는 분석이다.

17일 한화증권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기업실적을 기준으로 한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2월 말 11.2배에서 최근 14.1배로 뛰어 2000선을 오르내리던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정체돼 있는 반면 가파르게 진행됐던 이익 전망치의 상향 조정 속도가 둔화되고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에 대한 우려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반면 PBR는 같은 기간 1.0배에서 1.27배로 오르는 데 그쳐 높은 수준이 아닌 것으로 평가됐다. 임동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만 해도 대만 증시의 PBR가 1.6배로 뛰어오르는 등 이머징 증시의 PBR가 1.4배에서 1.7배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PBR 외에 고평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의 비중도 160%를 넘어서고 있는 대만과 달리 한국은 88%에 불과해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PBR가 3개월 평균치를 밑도는 국면에서는 한국 증시가 저평가된 것으로 보고 매수우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증시의 3개월 평균 PBR는 1.42배이다. 조 연구원은 "1998년 이후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나타낸 구간의 PBR를 분석한 결과 1.42~1.5배 수준까지는 순매수가 가능한 영역으로 판단된다"면서 "외국인의 매매 방향성에 추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