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다음 달 증권사의 소액 지급결제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이용하는 고객과 증권사에 부과하는 각종 수수료를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은행권 자금이 CMA로 이동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영업시간 이후에 자동화기기(CD · ATM)를 이용하는 CMA 고객에게 시간대에 따라 600~1000원의 수수료를 새로 부과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주요 증권사에 보냈다.

이에 따라 이 은행의 CD · ATM기를 이용해 오후 6시 이후에 CMA에 들어있는 돈을 찾으려는 고객은 △오후 6~10시 600원 △오후 10~12시 700원 △밤 12시~다음 날 오전 6시는 1000원의 이용 수수료를 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은행 영업시간 이후에도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증권계좌 개설을 대행하는 대가로 증권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두 배 가까이 올려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계좌 하나를 개설할 때마다 국민은행에 수천원의 수수료를 내던 증권사들은 이제 1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국민은행은 증권사로부터 계좌 유지 비용 명목으로 매달 떼어가는 수수료도 이번에 함께 인상했다.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던 관련 수수료를 현실화한 것이라는 게 국민은행의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급 결제 서비스가 임박한 시점에서 사전 논의 없이 갑자기 수수료를 대폭 올린 것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횡포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은행 이용 고객들이 이미 오후 6시 이후 CD나 ATM기를 이용할 때 600~1000원을 내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수수료를 부과한 것일 뿐이라며 증권사들의 반발을 일축했다.

국민은행 역시 2003년 수수료를 대폭 조정한 이후 오랫동안 인상이 없어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일부 수수료를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종현/조재희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