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던 코스닥 기업들이 주가 급락에 '울상' 짓고 있다. 증자로 싸게 발행된 신주가 시장에 무더기로 나오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를 끌어 내리고 있는 것.

최근 신주를 발행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기업 중 자금조달 이유가 불분명하거나 실적이 안 좋은 곳은 언제든 '물량 폭탄'이 나올 수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오후 1시 30분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대우솔라는 전날보다 65원(8.55%) 떨어진 695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우솔라는 지난 8일부터 사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60% 가량 급락했다.

증자로 인해 매도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한 기존 주주들이 미리 '팔자'에 나선데다, 지난 10일 상장된 신주 3000만주 중 일부가 실제 매물로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거래량을 보면 알 수 있다. 평소 수십만주에 불과했던 대우솔라의 거래량은 신주 상장일인 10일 4300만주를 넘어섰고 11일에도 비슷한 거래량을 기록했다. 이날도 현재까지 이미 1000만주가 넘게 거래되고 있다.

대우솔라는 지난 3월말 21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주당 700원짜리 신주를 기존 주식수보다 많은 3000만주나 발행했다. 일반공모를 통해 1237만여주가 소화됐고, 나머지는 기존 주주들이 받아갔다.

SC팅크그린도 증자 이후 매도물량을 견뎌내지 못하고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시각 현재 SC팅크그린은 닷새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가격제한폭인 885원까지 떨어졌다. 하한가에만 100만주가 넘는 매도 물량이 쌓인 상태이다.

SC팅크그린은 최근 152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신주 발행가액이 기준주가 대비 10% 싼 정도에 불과했으나 청약률은 100%에 달했다. 최근 유상증자를 진행했던 대형주 하이닉스도 30%의 할인율을 적용, 발행가를 선정한 것을 감안할 때 SC팅크그린의 신주는 비교적 고가에 발행된 것으로 평가된다.

주당 925원짜리 SC팅크그린의 유상신주는 지난 3일 상장됐지만, 회사 주가는 비교적 탄탄한 흐름을 보였다. 3일 6% 넘게 올랐고, 4일과 5일에도 상승세를 탔다. 회사가 이달 초 바이오 사업을 진행키로 했다고 밝히고,

이 과정에서 코스닥 상장사인 디브이에스의 조원일 본부장을 이사로 선임키로 하자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디브이에스는 최근 조성옥 회장이 수암재단 이사로 선임된다는 소식에 증권가에서 주목받았던 회사다. 조원일 본부장은 조성옥 회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규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오래가지 않은 모습이다. SC팅크그린 주가는 지난 8일부터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후 이날까지 닷새째 급락중이다.

이들 종목 이외에도 씨티엘 휴먼텍코리아 에피밸리 폴리플러스 등이 일반공모나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 이후, 100억원 어치 넘는 신주를 이달 안에 상장할 예정이다.

남강욱 ACPC 부사장은 "자본조달 시장이 살아나면서 상당수 부실기업들이 장미빛 사업을 제시하며 일반인들의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 기업은 대부분 주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일반인이 투자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