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고객예탁금은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액은 늘고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객예탁금은 지난 4월 16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13조9775억원(9일 기준)으로 줄었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올초 1조4000억원대까지 급감했던 신용융자 잔액은 4조395억원으로 늘어 지난해 6월30일(4조81억원) 이후 약 1년 만에 4조원을 넘어섰다.

코스피지수가 한 달 넘게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신용융자 거래는 이달 들어서만 1조원 넘게 불어나며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대우(202억원) 삼성(148억원) 현대증권(104억원) 등을 통한 신용융자 거래가 크게 늘었고 개인투자자들의 이용률이 높은 키움증권의 신용융자 잔액도 같은 기간 40억원 넘게 증가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예전처럼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이 아니어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소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높아진 변동성을 이용해 '레버리지(차입)' 효과를 노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추가 상승을 노리고 신용으로 자금을 끌어다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이 제때 수익을 내지 못해 빚을 갚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잔액이 늘고 있는 이유로 꼽았다.

실제 이달 들어 신용융자 거래가 집중된 진흥기업과 SK증권 유진투자증권 현대오토넷,코스닥시장의 성원파이프 등은 주가가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져 신용거래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