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해외 주식을 안방이나 사무실에 앉아 온라인을 통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펀드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거래가 자유롭고 선택의 폭이 넓은 해외ETF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일반법인과 개인의 해외주식 거래금액은 올해 1월 4억1100만달러에서 글로벌 증시가 본격적으로 반등을 시작한 3월에는 12억600만달러를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5월에도 11억6000만달러로 높은 거래금액을 유지했다.

최근 생겨난 해외주식 투자 트렌드는 해외증시에 상장된 ETF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ETF 거래가 활발한 미국증시에 관심이 높다.

대표적인 미국주식 직접투자 증권사인 굿모닝신한증권의 미국주식 거래금액은 올해 1월 800만달러에서 4월 90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이 중 ETF는 540만달러 정도. 5월에는 전체 미국주식 거래금액이 3000만달러로 줄었지만 ETF 매매금액은 오히려 550만달러로 증가했다.

미국증시에는 800여개의 ETF가 상장돼 있는 데다 업종별, 투자형태별로 종류가 다양해서 선택의 폭이 넓다.

국내와 달리 미국증시에 상장된 ETF 중에는 서부텍사스원유(WTI) 등 상품지수를 직접 추종하는 ETF도 있으며, 2~3배 레버리지가 가능한 레버리지 ETF,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숏 ETF 등 다양한 상품이 상장돼 있다.

마이클 김 이트레이드증권 해외영업팀장은 "2007년 글로벌 증시가 활황기를 맞으면서 해외펀드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이제 개별종목보다 선택이 쉽고 펀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해외ETF에 눈을 돌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특히 요즘에는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원유와 금 선물에 투자하는 ETF의 수익률이 높게 나타났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WTI선물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원유ETF인 '유나이티드 스테이트 오일(USO)' ETF는 3월초부터 6월초까지 3개월 동안 40%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다.

뿐만 아니다. ETF에 따라 2~3배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내는 상품도 있다. 추종지수가 10이 오를 때 이런 ETF는 20, 30이 오르는 것이다. 반대로 떨어질 때는 하락폭도 가파르다.

2배 레버리지 상품인 '파워쉐어 DB 크루드오일 더블롱(DXO)'의 경우 같은 기간 무려 10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는 데 힘입어 미국 금융주에 투자하는 ETF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3배 레버리지 효과를 내는 금융주 투자 ETF인 '파이낸셜 불 3X(FAS)'는 지난 3개월 동안 3배가 올랐다.

유진관 굿모닝신한증권 해외주식팀 과장은 "국내 투자자들의 특징은 2~3배 레버리지가 있는 상품을 좋아한다는 것"이라며 "상품명에 '울트라'나 '더블롱' 등의 단어가 들어가 있으면 레버리지 ETF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증시에 상장된 해외ETF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도 미국주식 온라인 직접투자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지난 1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직접 미국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굿모닝신한증권과 리딩투자증권도 지난달 초 별도 해외HTS 없이 한 계좌에서 해외와 국내주식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자체 시스템을 마련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