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다시 허용된 공매도의 '컴백 무대'는 차분했다. 대차거래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주식을 빌려주지 않은 데다 증권사들도 준비 미흡을 이유로 공매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공매도 재개 첫날 증시가 상승한 것도 하락장에서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공매도 영향이 잠잠해지는 데 한몫했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차거래 비중이 큰 종목들은 혼조세를 보였다. 대차잔량 비중이 상장 주식의 9.49%로 가장 높은 삼성중공업은 1% 내렸지만 다음으로 많은 한진해운GS건설은 오히려 1% 이상 올랐다. 대차 비중 상위 10위권 종목 중 5개가 상승세를 탔다.

최근 대차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들의 주가 흐름도 괜찮은 편이었다. 정부가 공매도 허용 조치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대차잔액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GS건설은 이날 1.88% 상승으로 마감했고 증가율이 두 번째로 높았던 대림산업은 4.95%나 뛰어 올랐다. 이날 증가율 10위권 종목 중 현대건설은 보합으로 끝났고 5개가 올랐으며 4개가 하락했다.

우려했던 외국인의 순매도 전환도 일어나지 않았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000억원 이상 주식을 사들이며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공매도 영향이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은 주식을 빌려 줄 기관이 많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연기금들이 당분간 공매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이날 "주식 대차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하려는 수요는 많은 편이지만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이 주식을 빌려주지 않아 물량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것도 공매도가 활발하지 않은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당초 5~6개 증권사가 공매도 부활에 맞춰 개인들에게 주식을 빌려주기로 했지만 시스템 정비가 되지 않아 한 곳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인설/강현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