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북한변수는 국내 증시에서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주가가 단기적으로 출렁이다가도 대체로 한 달 정도 지나면 오히려 오른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학습효과'로 북한 관련 변수에 대한 반응은 최근 들어 부쩍 둔감해지는 양상이다.

25일 한국거래소와 대우증권 등에 따르면 북한 관련 이슈가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1993년 3월12일부터 모두 17차례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북한 관련 이슈가 제기된 지 한 달 후까지 코스피지수가 떨어진 적은 세 차례에 불과하고 나머지 경우엔 모두 주가가 이전보다 높아졌다. 영향력이 길어야 1개월 정도였던 셈이다.

가장 파장이 컸던 것은 북한이 핵 연료봉을 개봉했다고 발표한 2002년 12월13일이었다. 코스피지수는 한 달 동안 17.26% 떨어졌다. 또 같은 해 6월29일 백령도 인근에서 남북 해군이 충돌했을 때도 한 달간 코스피지수가 4.59% 하락했다.

그렇지만 이들 사례는 해당 기간에 국내 증시가 대세하락기였던 때라 북한 관련 이슈 때문에 주가가 급락했다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01년 9월 463에서 2002년 4월 943까지 치솟은 코스피지수는 이후 이듬해 3월 512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 관련 이슈도 당시 증시에 영향을 줬지만 이라크전을 앞두고 세계 정세가 불안하고 미국 자금이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증시가 하락세를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북한 관련 이슈가 터지고 한 달 후까지 코스피지수를 떨어뜨린 것은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으로 0.06% 내려간 1994년 7월8일 정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외국인도 국내 증시에서 북한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대체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편이었다. 1993년 이후 북한 이슈가 터진 달에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판 적은 7차례에 그쳤다. 나머지 10차례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또 외국인은 1999년부터는 북한 관련 이슈가 터진 10차례 가운데 7번이나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북한 관련 이슈가 터지면 당일 증시는 변동성이 심하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이번 북한 핵실험이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바꾸진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