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단숨에 1400선을 회복했다.

이달 중순 들어 매수 강도가 눈에 띄게 약해졌던 외국인은 최근 3일간 6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다시 '바이 코리아'에 나섰다.

수급의 핵심인 외국인이 매수세에 시동을 걸 경우 지수는 1500 도전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경기와 기업이익 회복 속도를 감안하면 1400선 이상에서 추가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있다.

◆금융주 집중 타깃

이날 코스피지수는 41.53포인트(2.99%) 급등한 1428.21로 마감해 4거래일 만에 1400선을 되찾으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4400억원가량 순매수한 외국인이 일등공신이었다. 외국인은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6300억원 넘게 사들이며 매수 고삐를 다시 바짝 죄고 있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전체 순매수 금액의 40%가량인 1700억원을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주에 집중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금융주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그 덕분에 KB금융(6.22%) 하나금융(5.58%) 미래에셋증권(7.26%) 등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외국인은 최근 3일 동안 삼성전자 포스코 GS건설 신세계 NHN 현대중공업 등 업종별 대표종목들도 골고루 쓸어담으며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증시 분석가들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경기 회복과 대표기업의 이익 증가 속도가 빨라 한국 주식의 매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4월에도 전월에 비해 하락했지만 국내 경기선행지수는 3개월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1분기 기업이익 감소폭도 선진국에 비해 작아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경우 4월 소매판매지표 등 실제 경기지표는 예상보다 낮게 나왔지만 소비자신뢰지수나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 등 설문을 통해 작성되는 심리 관련 지표들은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매수세를 다시 강화하고 있는 것도 한국 경제의 회복과 기업이익 증가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전날 뉴욕증시도 미 주택건설업체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건설업체 신뢰지수가 2개월 연속 상승했다는 소식에 급반등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투자심리 지표에 따라 움직이는 현상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매수 지속 가능성 커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비중이 28%로 과거에 비해 여전히 낮다는 점에서 추가 매수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외국인은 지난해 12월부터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매도한 탓에 아직 한국 비중이 낮은 상태"라며 "실물경제가 회복 중이고 유동성 유입도 계속되고 있어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은 CLSA증권 이사는 "외국인 중에는 3월 이후 상승장에서 주식을 충분히 사지 못한 세력들도 있어 대기 매수세가 충분해 보인다"며 "다만 환율이 급격하게 움직이면 잠시 관망세로 돌아서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수 1400선 이상은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부담이 있어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임 팀장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으로 지수 1400선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8배로 주가가 역사적 고점을 기록했던 2007년 10월의 13.4배에 근접한 수준으로 가격 부담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나 기업이익을 고려하면 1400 이상에서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안 전무는 "최근 주가가 단기 급등했고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기 때문에 외국인 사이에 일단 차익 실현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 등 주요 증시가 주요 업계의 구조조정 없이 상승했다는 점은 추가 매수세를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 연구원은 "제너럴모터스(GM) 처리 방향이 결정될 6월이 외국인의 매매 향방을 결정짓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