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 상장법인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4분기에 비해선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수요 감소로 매출은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생산량 조절에 따른 재고소진 효과 등이 반영되며 이익이 다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10곳 중 3곳은 적자를 기록하고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의 골이 깊기는 하지만 1분기 실적이 바닥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어 관심이다.

◆유가증권 상장사 101곳 적자전환


19일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574개 상장사의 1분기 매출은 216조1563억원으로 228조원 수준이었던 작년 4분기보다 5.5%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7조8360억원으로 66.9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글로벌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지만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국내 업체들은 해외 업체들보다 사정이 나은데다 원자재값 하락 등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보여 실적이 예상보다 빨리 바닥을 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회복이 기대되는 국면이어서 2분기 이후에도 실적개선 추세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전년동기에 비해선 수익성 악화가 여전해 실적 개선 추이를 확인할 필요는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6.76% 줄어 반토막 났고 순익도 2조5691억원으로 81.45% 급감했다.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기업이 지난해 1분기 75곳에서 101곳으로 늘어나는 등 적자기업 비중은 23.4%에서 31.1%로 높아졌다. 매출영업이익률도 급감해 상품 1000원어치를 팔아 기업들이 남긴 영업이익과 순익은 38원,12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8원과 58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기전자와 철강금속 등 주요 수출업체들은 환율상승 덕분에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실적'을 내놓기는 했지만 하이닉스가 1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상당수 적자 전환했다.

한진해운대한해운 등 해운주를 포함한 운수창고 역시 영업이익과 순익이 적자로 돌아섰고 한국전력과 CJ가 각각 8822억원,1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주요 내수기업에서도 적자기업이 속출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은행 등 금융주들의 순익은 1917억원으로 지난해 2조2800억원의 1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작년 1분기 2347억원의 순익을 올렸던 하나금융지주가 3232억원의 손실을 입었고,외환은행도 7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지주(-80.9)와 기업은행(-85.2%) 대구은행(-60.5%) 등도 순익이 급감했다.

코스닥 상장사들 역시 적자 전환한 기업이 지난해 75곳에서 104곳으로 늘어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851개 코스닥기업의 매출은 16조82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익은 각각 8373억원과 2647억원으로 4.73%, 36.71% 줄었다.

강원랜드 영업이익률 3년째 1위

그렇지만 선전한 기업도 적지않다.

GS는 주요 계열사의 실적 호조로 영업이익이 1307억원으로 32배 급증했다. 제일기획 역시 지난해(5억원)보다 8배가량 많은 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동양철관(6175%)과 삼아알미늄(5184%) 등이 영업이익 증가율 1,2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54억원과 76억원의 순익을 낸 KPX홀딩스과 벽산건설이 순익 증가율 1,2위를 차지했다. 한진중공업도 19억원에 불과했던 순익이 1041억원으로 늘어났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강원랜드가 두각을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 주요 상장사들은 매출 1000원당 38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지만 강원랜드는 44원의 이익을 남겨 1분기 기준으로 2007년 이후 3년 연속 매출액영업이익률 1위를 고수했다. 신작 게임인 '아이온'의 돌풍으로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2.8%에서 42.0%로 껑충 뛰어올랐다.

코스닥에선 LG마이크론(329억원)이 상장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다. 태웅(294억원)과 CJ오쇼핑(267억원) 등 영업이익 규모가 큰 업체들은 이익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