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시작된 연기금의 매도 행진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투신권의 '팔자' 강도가 다소 둔화되고 있는 것과 달리 연기금은 여전히 하루 평균 1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처분하며 가뜩이나 에너지가 부족한 증시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연기금은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요 투자 주체 중 가장 많은 11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472억원) 매도에 하락 반전했던 코스피지수가 개인들의 '사자'에 힘입어 결국 11.01포인트(0.78%) 오른 1414.52로 하루 만에 반등했지만 연기금은 오히려 전날보다 순매도 규모를 늘렸다.

이로써 연기금이 지난 3월 이후 순매도한 금액은 총 3조349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식 비중을 늘렸던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순매수한 금액(7조6012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1400선 아래에서 매수한 물량 대부분을 차익 실현한 것으로 보여 향후 매도 규모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진단했다. 이 증권사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 기간에 1400선 밑에서 5조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했으며 이 가운데 3조9000억원가량은 지수 900~1200선에서 사들였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으로선 앞으로 주식 비중을 어느 선까지 줄이느냐가 관건일 것"이라면서 "지수 방향에 따라 매수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주가 수준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당분간 매도 우위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수 1000~1100에서 매수했다가 상승기엔 비중을 줄이는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며 "자금의 성격이 보수적이란 점을 감안할 때 운용전략이 단기에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은 현재 주가 수준을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외국인이 매도세로 전환하거나 미국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거돼 증시 방향성이 뚜렷하게 결정된 후에나 매매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판단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