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관련 테마가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정부가 자전거 산업을 키워 5년 안에 세계 3위 생산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음에 따라 기존 자전거에 전기 모터 등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새로운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밝힌 대로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을 높이려면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 특성상 하이브리드형 자전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기존 판매업체 외에 전지 · 모터 및 경량소재 제조업체 등이 증시에서 새로운 유망 테마주로 부상하고 있다.

◆주목받는 '하이브리드 자전거' 관련주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일 국산 자전거 수요 기반 확충 방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증시에서는 새로운 수혜주 찾기가 활발하다.

자전거도로에 쓰이는 컬러 아스팔트를 만드는 극동유화와 자전거업체 디엠을 인수한 에이모션은 새로운 기대주로 재평가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일 삼천리자전거 참좋은레져 등 판매업체들과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지난달 이후 일제히 60% 넘게 오르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SDI LG화학 등 2차전지 업체들도 하이브리드 자전거에 들어가는 고효율전지와 관련해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경량모터 분야에선 산업용 모터를 만드는 에스피지계양전기 등이 눈길을 끈다. 이들 중 일부는 기존 자전거 판매업체와 공동으로 전지 및 모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경량 · 고강도 소재를 만드는 업체들도 장기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이란 평가다. 폴리우레탄 제조업체인 화인텍이 대표적이다. 봉원길 대신증권 종목전략팀장은 "자전거는 무게가 1㎏ 줄어들 때마다 가격은 두 배로 뛴다"며 "고급형 자전거가 확산될 경우 티타늄 마그네슘 탄소나노튜브 등의 소재와 관련된 기업들도 관련주로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기술(IT) 융합 지능형 자전거 개발에 따른 효과도 기대된다. 지식경제부는 도난 방지 기능 등이 포함된 지능형 자전거와 '자전거 투어맵'을 탑재한 자전거 내비게이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보안업체와 내비게이션 업체들엔 신시장이 열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이룸지엔지도 수혜 종목으로 꼽힌다. 자회사인 위트콤이 경남 창원시에서 시민공영자전거 사업 '누비자'를 진행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공공자전거 사업이 확산될 경우 수혜가 기대된다.

지경부의 계획에 따르면 현재 1만5000대 수준인 '한국형 공공자전거'는 2011년까지 6만5000대로 4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삼천리자전거 등 기존 자전거 업체들은 당장 자전거 붐에 따른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에 깔려 있는 유통망이 힘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자전거는 약 192만대로 해마다 200만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생산량은 연 2만대가량에 불과하다.

기존 업체들은 아직 자체 생산 기반이 취약하지만 생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전거 국산화의 중추 역할을 하면서 매출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주가 과열…실적을 봐야

시장에서는 이들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과열됐다는 경고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정책에 대한 기대만으로 개인들을 중심으로 '묻지마식 매수'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천리자전거의 경우 지난달에만 100% 이상 급등,올 들어 상승률이 237%나 된다. 참좋은레져도 154% 이상 올랐다.

봉 팀장은 "1600억원이 넘는 삼천리자전거의 시가총액이 합당하려면 순이익이 100억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9억원,순이익은 4억원에 불과하다. 매출도 757억원으로 1000억원에 못 미친다.

정근해 대우증권 스몰캡팀장은 "자전거 관련주들은 외국인이나 기관이 관심을 가질 만한 종목이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