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전염병 영향 제한적…"기관 매도 더 우려돼"

국내 증시가 급락 하루 만에 강세로 돌아서 돼지 인플루엔자(SI)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역대 전염병이 증시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점에 비춰 SI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며, 오히려 기관의 매도 공세가 더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30분 현재 전날보다 20.21포인트(1.55%) 오른 1,320.45를 기록해 전날 39.59포인트 급락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이나 대만 증시도 같은 시간 강세를 나타내 하루 만에 SI 충격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사실 SI가 증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사스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확산되던 2003년 3월 국내 증시가 약세를 나타낸 적이 있으나 이는 사스보다 이라크 전쟁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이마저도 2개월 내에 낙폭이 모두 만회돼 제한적인 영향에 그쳤다.

한국투자증권의 박소연 애널리스트는 "SI의 경우 치료제도 확보돼 있고 각국이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어 글로벌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만한 대재앙 수준으로는 발전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I보다 연일 지속되는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더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지난 6일부터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28일까지 17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1천792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워 증시 수급 악화의 최대 주범이 되고 있다.

이날 기관이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이는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프로그램 매매를 제외하면 사실상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관의 매도 공세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3월부터 이어진 증시 강세로 주식평가액이 커지면서 높아진 펀드 내 주식 비중을 낮춰야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8조119억원의 자금이 들어왔지만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는 5천161억원의 돈이 빠져나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밖에 미국 금융기관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제너럴모터스(GM) 처리 방향, 해운, 건설 등의 국내 기업 구조조정 등도 증시 향방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들로 꼽힌다.

삼성증권 김성봉 애널리스트는 "기관 매도로 증시 수급이 악화된데다 여러 악재가 돌출돼 증시 하락 압력이 커진만큼 단기 급등한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조정장세를 이용해 핵심 우량주를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