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증시 안전판'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

연기금은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458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이에 따라 연기금은 이달 16일부터 9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연기금은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넘어선 지난 7일부터 단 하루(15일)를 제외하고는 매일 주식을 정리해 이 기간에 1조8171억원어치의 주식을 처분했다. 하루 평균 1100억원이 넘는 규모다. 또 코스피지수가 1100선을 넘은 지난달 12일부터는 이날까지 이틀만 주식을 샀을 뿐 2조3521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같은 연기금의 주식 정리는 주식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16일 국민연금 자산을 위탁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에 주식 비중을 종전 95%에서 90%로 조정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수가 900선에서 올라오는 과정에서 일부 차익을 실현하고 주식 비중을 점차 덜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증시 안전판'이나 '구원투수'로 불리던 국민연금이 오히려 증시 수급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펀드 매니저는 "이날 5000억원에 가까운 프로그램 매수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주식 정리로 인해 기관 전체로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